“후회 없이!” 1만2000㎞ 날아온 父 응원…LG 에이스, 벼랑 끝에서 투혼을 던졌다 [PS 스토리]

입력 2021-11-0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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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 플레이오프 1차전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6회말 2사 1, 2루 상황에서 LG 켈리가 마운드에서 내려오자 켈리의 아버지가 손뼉을 치고 있다. 잠실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패배는 곧 시즌 종료인 일리미네이션 게임. ‘에이스’의 어깨는 무거웠다. 야구선배이자 가장 든든한 후견인인 아버지가 태평양 건너 1만2000㎞를 날아왔다. 아버지의 응원에 힘입은 케이시 켈리(32)가 LG 트윈스를 벼랑 끝에서 건져 올렸다.

LG는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3전2승제) 2차전에서 9-3으로 이겨 시리즈 균형을 맞췄다. 전날(4일) 1차전 1-5 패배로 탈락 위기에 놓였으나 선발투수 켈리가 5.2이닝 5안타 4볼넷 5삼진 1실점(비자책)을 기록하며 포스트시즌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경기에는 특별한 손님이 있었다. 켈리의 부친인 팻 켈리(66)였다. 케이시의 아버지인 팻 역시 야구선수 출신이다. 포수로 1980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메이저리그 3경기 출장한 이력도 있으며, 이후 지도자로 변신해 2018년 신시내티 레즈 코치를 지내기도 했다. 미국 플로리다에 거주하던 팻은 켈리의 포스트시즌(PS) 등판에 맞춰 한국행 비행기를 끊었다. 플로리다와 서울의 거리는 대략 1만2000㎞. 오직 아들을 응원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팻 켈리는 “중요한 경기 아들의 투구를 보기 위해 한국에 왔다. 야구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KBO의 팬이 됐다. 한국을 정말 좋아한다. 특히 서울 사람들, LG 팬들의 열정을 볼 수 있어 기쁜 마음으로 즐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들에게는 “이 순간을 음미하며 후회 없이 잘 싸워라. 마운드에서 즐겁게, 재밌게!”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LG 케이시 켈리. 사진제공 | LG 트윈스



출발은 아찔했다. 켈리는 첫 타자 두산 정수빈의 타구에 복부를 강타 당했다. 쌀쌀한 날씨, 몸도 채 풀리기 전에 예상치 못한 충격이었으니 통증은 상당했을 터. 그럼에도 통증을 딛고 타구를 집어 1루로 송구, 정수빈을 잡아냈다. 이후 고통을 호소했으나 이내 평정을 찾고 투구를 이어갔다. 후속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에게 2루타, 박건우에게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지만 김재환을 병살타로 솎아내며 급한 불을 껐다. 이후에는 켈리다운 투구였다. 5회까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특유의 위기관리능력을 앞세워 실점하지 않았다. 경기 내내 관중석을 지킨 그의 아버지도 연신 박수를 보내며 아들을 격려했다.

위기는 3-0으로 앞선 6회말. 선두 박건우에게 평범한 땅볼을 유도했으나 3루수 김민성의 송구가 높았다. 실책으로 무사 2루. 후속 김재환의 중전안타로 두산의 추격이 시작됐다. 켈리는 양석환과 허경민을 돌려세웠으나 박세혁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LG 벤치의 선택은 교체. 켈리는 아쉬움을 딛고 덕아웃으로 향하며 3루 관중석을 채운 LG 팬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LG 팬들도 기립박수로 에이스를 맞이했다. 뒤이어 등판한 김대유가 위기를 지우며 켈리의 역할은 끝났다.

경기 후 켈리는 “지난 2년동안 아버지가 한국을 한번도 못 오셔서 많이 아쉬웠는데 오늘 현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행복하고 뿌듯하다. 의미 있던 날”이라고 했다.

1만2000㎞를 날아온 아버지. 그 앞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펼친 아들. 스포츠가 안겨줄 수 있는 여러 감동 중 하나가 이날 LG 팬들에게 선사됐다.

잠실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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