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고 또 끈 홍건희, 생애 첫 PS 승리 이상의 가치를 얻었다 [PO 1차전 스타]

입력 2021-11-09 22: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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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PO 1차전 경기가 열린다. 5회말 1사 만루에서 두산 홍건희가 병살 아웃으로 위기를 넘긴 뒤 환호하고 있다. 대구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두산 베어스 홍건희(29)가 제대로 빛을 보기 시작한 때는 프로 10년차인 지난해부터다. 류지혁(KIA 타이거즈)과 트레이드돼 두산으로 둥지를 옮긴 게 전환점이었다. 마운드 운용에 어려움을 겪던 두산은 구위가 뛰어난 홍건희가 필요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홍건희는 시속 150㎞대 초반의 강속구를 구사하는 팀의 핵심 셋업맨으로 우뚝 섰다. 올해 정규시즌 65경기에서 거둔 6승6패3세이브17홀드, 평균자책점 2.78(74.1이닝 23자책점)의 성적도 좋았지만, 박치국의 부상과 이승진의 부진으로 완전히 무너질 뻔했던 불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두산의 7년 연속 포스트시즌(PS) 진출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이었다. PS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것은 당연했다.

홍건희의 PS는 아픈 기억뿐이었다. KIA 소속이던 2017년 두산과 한국시리즈(KS) 엔트리에 들며 데뷔 첫 가을야구 등판을 꿈꿨지만, 단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두산 이적 첫해인 지난해에는 플레이오프(PO)와 KS(이상 각 2경기)를 합쳐 4경기에 등판했으나, 3.2이닝 6실점(ERA 14.73)의 초라한 성적만 남겼다. 그러나 그는 이를 실패로만 여기지 않았다. 이를 발판삼아 더 큰 무대에서 존재감을 알리겠노라고 몇 번이고 다짐했다.

절치부심이 통했다. 올해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LG 트윈스와 준PO 2경기에서 1홀드, ERA 2.70으로 호투하며 팀의 PO행에 기여했고, 9일 삼성 라이온즈와 PO(3전2승제) 1차전에선 꿈에 그리던 PS 첫 승을 거머쥐었다. 선발 최원준에 이어 2번째 투수로 나서 3이닝 동안 3안타 1볼넷 2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6-4 승리를 이끌었다.

기록 자체가 압도적이진 않았지만, 삼성의 상승 흐름을 차단한 일등공신이었다. 3-2로 앞선 5회말 1사 만루서 마운드에 올라 오재일을 병살타로 요리했다. 6회말 박계범의 실책 등이 겹쳐 또 한번 맞이한 1사 만루 위기를 역시 무실점으로 넘겼다. 삼성으로선 추격의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여세를 몰아 7회말 구자욱~강민호~오재일의 삼성 중심타선은 삼진 2개를 곁들여 삼자범퇴로 정리했다. 두산이 완전히 주도권을 틀어쥔 순간이었다.

8회말 1사 2·3루 위기를 맞았지만, 배턴을 이어받은 이현승이 1점만 내주고 이닝을 끝낸 덕분에 승리요건은 그대로 유지됐다. 9회초 타선이 박세혁의 홈런을 포함해 2점을 보탠 데 힘입어 홍건희는 한결 편안하게 9회말을 지켜볼 수 있었다. PS 첫 승은 데일리 MVP까지 차지했다. 아픈 가을의 기억을 지우고, 두산의 필승맨으로 올라섰음을 알린 것이다. 그렇게 홍건희는 야구인생에서 잊지 못할 하루를 만들었다.

대구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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