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아닌 현실과 생계유지…NC 포수가 누구보다 간절한 이유 [스토리 베이스볼]

입력 2021-11-24 11: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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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박대온이 23일 창원NC파크에서 인터뷰한 뒤 기념촬영 중이다. 박대온은 아버지와 누나를 부양해야 한다는, 가장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누구보다 야구가 절실한 이유다. 창원 | 최익래 기자

2014년 NC에 입단해 133경기서 타율 0.226, 1홈런, 5타점. 타자로서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었지만 투수를 편하게 해주는 포수로서 강점을 인정받으며 국방의 의무를 위해 떠났다. 2020년 여름,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으나 복무기간의 반환점도 돌지 못한 채 다시 야구장으로 돌아왔다. 쉽게 말하기 어려운 사연도 덤덤히 꺼내는 표정에서 느껴진 결연함. 박대온(26·NC 다이노스)은 지금 누구보다 간절하다.

●당장의 한 끼 메뉴부터 걱정했던 아픔


박대온의 근무지는 2018년까지 홈구장이었던 마산구장과 2019년부터 홈구장이 된 창원NC파크 사이, 마산회원구청이었다. 야구장까지는 걸어서 3분이면 되는 거리. 출퇴근길마다 야구장을 보며 복귀에 대한 마음이 간절해졌다고. 박대온은 “왜 사내연애를 추천하지 않는지 알겠더라. 야구와 잠시 이별했는데 매일 그 얼굴을 마주보는 느낌이었다. 출근 때마다 야구장이 눈에 띄니까 간절함이 더 커졌다”고 돌아봤다.


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박대온의 희망은 이뤄졌다. 다만 바라던 이유는 아니었다. 박대온은 당초 2022년 2월 소집해제 예정이었으나 입대 10개월만인 2021년 4월, 사회로 돌아왔다. 가장이었던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가족을 부양할 책임이 박대온에게 돌아간 것. 박대온은 “아버지가 나와 누나를 뒷바라지 해주셨는데 갑작스레 편찮아지셨다. 나라에서 ‘아버지를 네가 부양하라’며 10개월 만에 돌려보냈다”고 담담히 말했다.


“유니폼 입었을 땐 야구장에서 삼시세끼를 다 먹을 수 있었다. 사회로 돌아가니 밥 먹는 것조차 생각이 앞섰다. 메뉴를 보며 ‘이건 얼마지? 점심에 이만큼 쓰면 저녁은 어쩌지?’라는 계산을 하더라. 입대 전엔 내가 야구선수라는 이유로 잘 나간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사회로 가보니 정말 아무 것도 아니더라. 야구에 대한 간절함, 내 인생에 대한 간절함이 정말 커졌다. 유니폼을 다시 입는다면 후회가 남지 않게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자고 생각했다.”


입대 전까진 야구가 맘대로 안 풀릴 때, 코칭스태프나 팬들에게 혼나는 게 스트레스였다고. 하지만 사회에서 당장 한 끼 먹는 것조차 스트레스를 경험하자 야구가 더욱 소중해졌다. 박대온은 “블로킹 못해서 야구공 놓쳤을 때 받는 압박은 정말 행복한 스트레스였다. 야구장에서 있는 1분1초가 참 즐겁다”며 웃었다.

NC 박대온(오른쪽)의 포수로서 최대 강점은 투수를 편안하게 만드는 소통이다. 이용찬과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박대온. 사진제공 | NC 다이노스



●“몸이 힘든 건 좋다. 마음만 안 힘들다면…”


즐기기 시작했기 때문일까. 2021년 박대온은 42경기에서 데뷔 후 가장 많은 95타석·234.2이닝을 소화했다. 타율은 0.212(85타수 18안타)로 높지 않았지만 박대온이 선발 마스크를 쓴 27경기서 NC는 14승2무11패(승률 0.560)를 거두며 선전했다. 스스로 꼽는 강점인 투수와 호흡이 빛을 발한 덕분이다. 4월 소집해제 후 2군에 합류했으나 손목 부상으로 한 달 이상 다시 쉬었음을 감안하면 몸을 만들 시간이 부족했다. 때문에 마무리캠프부터 이를 악물고 준비 중인 2022년, 타격과 수비 모두 더욱 발전한 모습을 보여줄 자신으로 가득하다.


든든한 선배 양의지(34)는 동반자다. 박대온은 “언젠가 은퇴를 해도 ‘한국 최고 포수와 함께 야구했다’는 건 자랑거리일 것”이라며 “처음엔 캐치볼을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다. 많이 배우려 했다. KBO리그에서 멘탈이 가장 강한 선수인데, 결국 그게 실력이다. 거기서 볼배합이나 송구가 나온다”며 이 점을 배워 자신의 강점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CAMP 1’으로 명명된 NC 마무리캠프는 아침부터 오후까지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선수들이 “스케줄이 빡빡하다”고 입을 모으는데, 박대온은 “몸이 힘든 건 행복하다. 이제 마음이 안 힘들면 좋겠다”고 했다. 기록에 대한 목표는 없지만 감독과 코칭스태프, 팬들에게 신뢰를 주는 포수가 되겠다는 다짐은 명확했다. 모두가 각자의 책임감과 간절함으로 야구를 대한다. 하지만 박대온의 어깨는 조금 더 무겁다. 꿈의 실현이 아닌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 박대온은 야구가 너무도 절실하다.

창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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