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KT 큰형, 더 붙잡지 못한 둘째…“형, 맥주 한잔 따라줄게요!” [아듀! 유한준③]

입력 2021-11-25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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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뒤 유한준(왼쪽)과 박경수가 기념촬영 중인 모습. 둘 모두 잔뜩 운 탓에 눈이 부어있다. 사진제공 | KT 위즈

가장 든든한 버팀목인 선배이자 형이 유니폼을 벗었다. 공식발표에 앞서 이야기를 들어뒀지만, 막상 기사화돼 활자로 보는 순간의 먹먹함은 또 다른 감정이었다. 이제 유한준(40)은 그라운드를 떠난다. 박경수(37·이상 KT 위즈)는 진심을 전했다.


●붙잡은 게 미안한 후배, 떠나서 미안한 선배

유한준의 은퇴가 발표된 24일 오후, 박경수와 연락이 닿았다. 그는 “벌써부터 허전하다. 나도, 후배들도 다 같은 감정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야 털어놓는 비하인드 하나. 한국시리즈(KS)를 앞둔 시점, 사실 박경수는 유한준을 한번 붙잡았다. 후반기 막판 한창 때의 퍼포먼스로 팀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으니 ‘1년 더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했다. 박경수는 “형, 다시 한번만 생각해줄 수 있나. 1년만 더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전했다. 하지만 유한준은 “더 이상은 힘들 것 같다. 감독님이나 구단에 짐이 되는 것도, 후배들의 자리를 뺏는 것도 싫다. 몸이 안 될 것 같다는 것도 타석에서 느꼈다”고 답했다.

2019년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당시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 나섰던 유한준(왼쪽)과 박경수. 이들은 “KT만의 문화 구축”을 남은 목표로 밝혔고, 성공했다. 스포츠동아DB


박경수는 “그런 얘기를 듣는데 내가 더 얘기하는 것도 선배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마음속으로 ‘정말 (유)한준이 형답게 은퇴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유한준은 “(박)경수는 1년 내내 나의 은퇴 고민을 알고 있었다. 붙잡으려는 마음이 깊게 느껴졌는데 말을 안 하더라. 그런 모습도 짠했다”며 “먼저 은퇴하는 것도 미안하지만, 내가 최고참으로서 경수한테 받은 존중과 도움을 새로운 최고참인 경수에게 후배들이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응원했다.

KT 둘째형은 큰형에게 참 많이 배웠다고 말한다. 소문난 루틴 지키미의 면모 역시 마찬가지. 박경수는 “루틴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악용하는 선수도 있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루틴을 언급하는 젊은 선수들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한준이 형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게 루틴이야’라는 걸 몸소 보여줬다. 후배들은 그걸 보며 자기 것으로 만들더라. 그런 선순환이 팀 전체에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후배들에게 달려가는 유한준(왼쪽)과 박경수. 사진제공 | KT 위즈



●“형, 맥주 한 잔 찐하게 해요!”

박경수는 2019시즌에 앞서 KT와 두 번째 프리에이전트(FA) 계약으로 3년을 보장받았다.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은 마무리됐는데, 2022시즌 거취는 구단과 논의 중이다. 만일 1년 더 구심점 역할을 맡게 된다면, KT 최고참이 된다. 박경수는 “최고참의 외로움은 겪어보지 못하면 모른다고들 하더라. 나도 한준이 형이 외롭지 않도록 챙긴다고 챙겼는데, 그 형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알 수 없다. 벌써부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나에게도, 한준이 형에게도 KT는 각별한 팀이다. 통합우승을 했지만 문화적으로 구축할 부분이 더 남았다고 생각한다. 나도, 한준이 형도 각자의 위치에서 헌신할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통화 말미, 박경수에게 ‘유한준에게 보내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라고 물었다. 평소에도, 이날도 늘 막힘없이 질문에 대답하던 박경수는 한참을 망설였다. 이미 소셜미디어(SNS)에도 헌사를 보냈지만,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유한준(왼쪽)과 박경수는 언제나 서로에게 버팀목이었다. 스포츠동아DB


“한준이 형.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매번 ‘은퇴하면 나도 편하게, 남들 사는 것처럼 살고 싶다’고 말했는데, 이젠 좀 내려놓고 편하게 즐겼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맥주 한 잔 찐하게 할 날이 많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웃음). 조만간 식사 자리가 있다면, 종아리 상태가 안 좋아서 같이 마시진 못하겠지만 그 마음 담아서 찐하게 한 잔 따라줄게요.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요. 선수 유한준만큼 멋질 제2의 야구인생도 응원할게요, 한준이 형.“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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