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피겨 ‘트리플 악셀’ 클린, 그 멀고도 험한 길 [강산 기자의 베이징 리포트]

입력 2022-02-16 1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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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스케이팅의 트리플 악셀은 바깥쪽 스케이트날로 전진하며 빙판을 누르는 느낌으로 도약해 3바퀴 반을 도는 고난도 점프다. 착지까지 완벽하게 이뤄지면 고득점이 보장된다. 그러나 회전수 부족, 불안한 착지에 따른 감점의 위험도 크다. 안정적 연기를 선호하는 선수들은 시도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쿼드러플(4회전) 점프가 필수조건이 된 남자 싱글에선 트리플 악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자 싱글에선 난이도가 상당하다. 이번 베이징대회 전까지 올림픽 무대에서 트리플 악셀을 성공한 여자 선수는 1992년 알베르빌대회의 이토 미도리(일본), 2010년 밴쿠버대회의 아사다 마오(일본), 2018년 평창대회의 미라이 나가스(미국)의 3명뿐이었다.

15일 베이징캐피털실내빙상장에서 벌어진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도 트리플 악셀을 구사한 선수는 출전선수 30명 중 6명에 불과했다. 한국의 간판스타 유영(18·수리고)을 비롯해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보여 논란의 중심에 선 카밀라 발리예바, 알렉산드라 트루소바(이상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히구치 와카바, 가와베 마나(이상 일본), 아나스타샤 샤보토바(우크라이나) 등 6명만 시도했다. 알리사 리우(미국)는 애초 트리플 악셀을 과제에 포함시켰으나, 실전에선 더블 악셀로 대체했다.


트리플 악셀의 기본점수는 8.00이다. 여기에 가산점이 붙는 방식이다. 이번 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이 점프를 성공한 주인공은 히구치가 유일하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이 “대망의 트리플 악셀에 도전해 성공했다”고 평가할 정도로 임팩트가 컸다. 히구치는 트리플 악셀에서만 9.71점을 받아 쇼트프로그램 5위(73.51점)에 올랐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히구치는 “반드시 이뤄야 할 목표였다. 트리플 악셀을 성공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히구치는 이번 대회 단체전에서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킨 발리예바에 이어 역대 5번째로 올림픽에서 이 점프를 성공시킨 여자 선수로 남게 됐다.

반면 4위(74.60점) 트루소바, 15위 가와베(62.69점), 30위 샤보토바(48.68점)는 모두 언더로테이티드(점프의 회전수가 90도 이상 180도 이하로 부족한 경우) 판정을 받은 데다 착지 과정에서도 넘어졌다. 1.00점의 감점을 떠안고 트리플 악셀에서 3.20점을 받는 데 그쳤다. 1위(82.16점)에 오른 발리예바도 트리플 악셀에선 두 발로 착지한 탓에 5.26점만 수확했다.


6위(70.34점) 유영도 첫 점프 과제였던 트리플 악셀에서 다운그레이드(점프의 회전수가 180도 이상 부족한 경우) 판정을 받았다. 착지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회전수가 부족했다. 유영은 “자신감이 부족했던 것 같다. 첫 점프여서 많이 긴장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고득점이 보장되는 만큼 연습 과정에서 성공 체험을 했다면, 트리플 악셀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유영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금까지 준비한 구성은 모두 트리플 악셀을 넣는 것이다. 17일 프리스케이팅까진 유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베이징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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