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이재원(왼쪽), 이흥련. 스포츠동아DB
SSG 랜더스의 별칭은 ‘홈런공장’이다. 지난해에도 팀 홈런 185개로 1위였다. 타자친화적인 구장으로 꼽히는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선 한두 점 잃어도 금세 뒤집는다. 올 시즌에도 공격력만큼은 리그 최정상급으로 꼽혔다.
그런데 올해는 타자들이 만회할 일 자체가 드물다. SSG의 팀 평균자책점(ERA)은 지난해 4.82로 최하위였는데, 올해는 10일 인천 KIA 타이거즈전까지 개막 후 8경기에서 1.97로 1위다.
김원형 SSG 감독은 포수진의 몫이 크다고 본다. 투수들도 포수와 호흡을 상승세 요인으로 꼽는다. 여기에는 여러 요소가 맞아떨어진 영향이 크다. 지난해에는 문승원, 박종훈의 팔꿈치 수술과 외국인투수 교체 등의 여파로 마운드 운영이 쉽지 않았지만, 올해는 외국인 원투펀치 윌머 폰트~이반 노바와 김광현~노경은~오원석으로 이어진 선발진이 막강하다. 지난해 부진했던 주전 포수 이재원(35)으로서도 부담을 내려놓기 좋은 환경이다.
SSG 투수진이 낸 결과로 안방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2일 창원 NC 다이노스와 개막전에선 폰트가 KBO리그 최초로 9이닝 퍼펙트를 달성했다. 그 뒤에는 진기록을 함께한 이재원의 역할도 컸다. 이재원은 9일 인천 KIA전에서 김광현이 6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화려하게 복귀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줬다. 김광현은 “전력분석팀의 공도 크지만, (이)재원이 형이 자기 역할을 잘해준 덕분”이라며 “올 시즌에는 좀더 특별한 볼 배합을 가져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원형 SSG 감독. 사진제공 | SSG 랜더스
김 감독의 신뢰도 두텁다. 그는 ‘올 시즌 마운드의 활약에는 이재원의 역할이 크겠다’는 말에 “재원이가 정말 잘해주고 있다. 올해는 투수들을 주도적으로 이끈다. ‘무조건 따라오라’는 게 아니다. 이재원이라는 선수가 지금까지 팀에서 보여준 게 있다. 그래서 투수들도 신뢰하는 것”이라며 “책임감을 갖고 잘 이끌어주고 있다. 볼 배합 면에선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재원과 출전 비중을 나누는 이흥련(33)의 지분도 결코 작지 않다. 7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그와 호흡한 이태양은 6이닝 동안 볼넷을 단 하나만 허용했다. 솔로홈런 한 방을 제외하면 실점도 없었다. 그는 “마운드에 오르기 전 (이)흥련이 형이 ‘오늘 생각해둔 투구가 있느냐’고 묻더라. 사실 ‘아무 생각 없다’고 했다(웃음). 형의 미트만 보고 던지면 된다고 생각했다. 리드만 잘 따라가면 된다. 제구만 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던졌다”고 말했다.
불과 1년 전에는 전력 붕괴를 겪었지만, 이제는 투타가 조화로운 팀으로 거듭났다. 개막 8연승을 달리는 동안에는 노바를 제외한 선발투수 전원이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작성했다. 올 시즌 돌풍은 안정적인 안방부터 시작됐을지 모른다. 감독도, 투수들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