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잔칫상은 잘 차려져 있었다. 라이벌이 삐끗하면서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기대가 컸다. 날씨마저 화창하고 선선했다. 모든 것이 홈팀을 돕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K리그1(1부) 전북 현대는 웃지 못했다.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12라운드 홈경기에서 강원FC와 1-1로 비겼다. 6000여 홈팬들 앞에서 5승4무3패, 승점 19에 그쳐 선두 울산 현대(승점 27)와 간격은 그대로 유지됐다. 후반 38분 강원 김대원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 42분 모 바로우의 동점골로 간신히 균형을 맞췄다.
전북은 몸이 무거웠다. 최근 베트남 호치민에서 치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듯했다. 귀국 후 3경기를 무패로 버텼으나 만족할 수 없는 결과다.
전날(14일) 울산이 인천 유나이티드와 안방에서 2-2로 비겼다. 이날 전북이 이기면 울산에 2경기차(승점 6)로 따라붙을 수 있었다. 김상식 전북 감독도 “라이벌이 이기지 못한 건 나쁘지 않다”며 필승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강원은 끈끈했다. 특유의 ‘선수비-후역습’ 전략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라인을 많이 내렸음에도 중원에서 적극적으로 받아치고 과감한 볼 전개로 전북을 괴롭혔다. “지금 상황이 우리 실력이 아니란 걸 깨닫길 바란다. 자신감을 갖고 준비한 전략을 풀어가자”는 최용수 감독의 메시지를 강원 선수은 잘 수행했다.
경기 흐름도 전북이 원한 방향이 아니었다. 교체 3명만 염두에 두고 22세 이하(U-22) 자원을 1명만 쓴 가운데 전반 24분 첫 교체에 나섰고, 주장 홍정호는 부상으로 하프타임에 아웃됐다. 그럴싸한 변화는 후반 8분 일류첸코의 투입이 유일했다.
전북은 구스타보와 일류첸코를 투톱으로 세워 총공세에 나섰지만 득점에 실패했고 오히려 역습으로 실점했다. 바로우의 동점골이 아니었다면 처참히 무너질 뻔했다. 0-1로 뒤진 시점에 부랴부랴 2명을 더 내세웠지만 반전은 없었고, 김 감독은 경기 후 격앙된 팬들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거꾸로 내걸린 ‘홈에서의 무기력은 죽음과도 같다’는 플래카드의 문구가 유독 선명히 들어왔다.
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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