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을 유지하면 목표인 45세 현역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동년배들은 이미 오래 전에 은퇴했다. 자신이 성인 무대에 데뷔했을 때 태어나지도 않은 까마득한 후배들도 수두룩하다. 지난 20년간 반응속도와 힘은 줄었지만, 세밀함과 노련미는 더욱 견고해졌다. 한국프로탁구리그(KTTL) 내셔널리그 여자부 원년 시즌 단식 25연승을 달리며 팀의 정규시즌 1위를 이끈 수원시청 문현정(38) 이야기다.
올 시즌 KTTL 최고령인 문현정은 26승(2패)을 올리며 2위 송마음(30·금천구청)을 9승차로 따돌리고 다승왕에 올랐다. 리그 초반 컨디션 난조와 경기장인 스튜디오 T 적응 문제로 1승 2패에 그쳤지만, 이후 파죽의 25연승을 기록했다. 프로야구 원년 시즌인 1982년 22연승을 포함해 24승(4패 7세이브)과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앞장선 박철순(당시 OB베어스)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탁구 사상 처음으로 치러지는 장기 레이스여서 구력과 노련미로만 승부하던 대다수 노장들이 몰락하고, 20대 선수들이 강세를 보인 점을 감안하면 문현정의 활약은 놀랍다. 팀이 치른 14경기에 모두 단식 에이스로 출전해 일궈낸 성과라 더욱 의미가 깊다.
이 같은 호성적의 배경에는 철저한 자기 관리가 있었다. 팀 훈련이 시작하기도 전인 오전 8시에 훈련장인 수원국민체육센터로 출근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스트레칭과 기술 훈련, 고질병인 허리 부상 치료에 힘써왔다. 오후 6시 퇴근 후엔 식사와 함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며 최근 자신의 폼과 상대의 전력을 분석했다.
올 시즌을 되돌아 본 문현정은 “후배들이 테이블 위에서 겁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토너먼트가 아니다보니 초반 탐색전보다는 경기 내내 정공법을 구사하는 걸 보고 많은 걸 느꼈다”며 “방심하지 않는 게 내 최대 장점이다. 후배들을 상대로 영상 분석과 이미지 트레이닝 등 보다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광주경신여고 졸업 후 삼성생명, KDB대우증권, 안산시청 등을 거치며 어느덧 성인 무대 20년차를 맞은 그는 젊은 시절 시련도 많았다. 실업무대 최강자이자 국가대표로서 영광을 함께한 선수생활이었지만, 큰 경기에서 고비를 넘지 못해 이름값에 비해 우승컵이 적다. 그러나 문현정은 시련이 자신을 강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는 “젊은 시절 중요한 대회마다 우승 문턱에서 넘어져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당예서 등 쟁쟁한 상대들과 경쟁하며 나도 모르는 사이 큰 성장을 이뤄냈다. 그 덕에 후배들보다 기술과 정교함, 선수로서의 완성도는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챔피언결정전 준비와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정규시즌 1위를 확정지은 뒤 21일 챔피언결정전까지 2주 동안 준비할 시간이 많았다. 최상호 감독님이 믿고 맡겨주시는 만큼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훈련량을 늘려 슬로스타터 기질을 버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은퇴 시기는 정하진 않았지만 20대 후반부터 매년 ‘올 시즌에 부진하면 그만두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해왔다. 경쟁력을 갖춘 상태로 45세까지 현역으로 활동하고 싶다”며 웃었다.
수원 I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년배들은 이미 오래 전에 은퇴했다. 자신이 성인 무대에 데뷔했을 때 태어나지도 않은 까마득한 후배들도 수두룩하다. 지난 20년간 반응속도와 힘은 줄었지만, 세밀함과 노련미는 더욱 견고해졌다. 한국프로탁구리그(KTTL) 내셔널리그 여자부 원년 시즌 단식 25연승을 달리며 팀의 정규시즌 1위를 이끈 수원시청 문현정(38) 이야기다.
올 시즌 KTTL 최고령인 문현정은 26승(2패)을 올리며 2위 송마음(30·금천구청)을 9승차로 따돌리고 다승왕에 올랐다. 리그 초반 컨디션 난조와 경기장인 스튜디오 T 적응 문제로 1승 2패에 그쳤지만, 이후 파죽의 25연승을 기록했다. 프로야구 원년 시즌인 1982년 22연승을 포함해 24승(4패 7세이브)과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앞장선 박철순(당시 OB베어스)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탁구 사상 처음으로 치러지는 장기 레이스여서 구력과 노련미로만 승부하던 대다수 노장들이 몰락하고, 20대 선수들이 강세를 보인 점을 감안하면 문현정의 활약은 놀랍다. 팀이 치른 14경기에 모두 단식 에이스로 출전해 일궈낸 성과라 더욱 의미가 깊다.
이 같은 호성적의 배경에는 철저한 자기 관리가 있었다. 팀 훈련이 시작하기도 전인 오전 8시에 훈련장인 수원국민체육센터로 출근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스트레칭과 기술 훈련, 고질병인 허리 부상 치료에 힘써왔다. 오후 6시 퇴근 후엔 식사와 함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며 최근 자신의 폼과 상대의 전력을 분석했다.
올 시즌을 되돌아 본 문현정은 “후배들이 테이블 위에서 겁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토너먼트가 아니다보니 초반 탐색전보다는 경기 내내 정공법을 구사하는 걸 보고 많은 걸 느꼈다”며 “방심하지 않는 게 내 최대 장점이다. 후배들을 상대로 영상 분석과 이미지 트레이닝 등 보다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광주경신여고 졸업 후 삼성생명, KDB대우증권, 안산시청 등을 거치며 어느덧 성인 무대 20년차를 맞은 그는 젊은 시절 시련도 많았다. 실업무대 최강자이자 국가대표로서 영광을 함께한 선수생활이었지만, 큰 경기에서 고비를 넘지 못해 이름값에 비해 우승컵이 적다. 그러나 문현정은 시련이 자신을 강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는 “젊은 시절 중요한 대회마다 우승 문턱에서 넘어져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당예서 등 쟁쟁한 상대들과 경쟁하며 나도 모르는 사이 큰 성장을 이뤄냈다. 그 덕에 후배들보다 기술과 정교함, 선수로서의 완성도는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챔피언결정전 준비와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정규시즌 1위를 확정지은 뒤 21일 챔피언결정전까지 2주 동안 준비할 시간이 많았다. 최상호 감독님이 믿고 맡겨주시는 만큼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훈련량을 늘려 슬로스타터 기질을 버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은퇴 시기는 정하진 않았지만 20대 후반부터 매년 ‘올 시즌에 부진하면 그만두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해왔다. 경쟁력을 갖춘 상태로 45세까지 현역으로 활동하고 싶다”며 웃었다.
수원 I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