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LG에 12-3으로 승리한 키움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잠실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그러나 기우였다. 주장이 이탈한 뒤 선수단은 하나로 뭉쳤다. 13~15일 KT 위즈와 수원 원정 3연전을 싹쓸이하며 주간 승률 5할(3승3패)을 맞춘 것이 시작점이었다. 12-5 승리를 거둔 26일 잠실 LG 트윈스전까지 최근 12경기에서 10승2패(승률 0.833)로 거침없이 질주하며 단독 2위(27승20패)까지 올라섰다. 키움의 단독 2위는 2020년 9월 27일 이후 606일만이며, 3연전 기준 LG전 싹쓸이 승리는 2015년 5월 1~3일 잠실 원정 이후 무려 2580일만이다.
최근 12경기 선발진의 밸런스는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웠다. 정찬헌이 2경기 평균자책점(ERA) 9.00으로 부진했지만, 안우진(3승·ERA 1.89)과 타일러 애플러(1승·1.38), 최원태(1승·3.27)는 모두 제 몫을 했다. 26일 선발등판해 5.1이닝 3실점으로 6승(3패)째를 챙긴 에릭 요키시도 이 기간 3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ERA 2.70을 마크했다.
마무리투수 김태훈이 충수염 수술 여파로 빠진 불펜도 큰 위기 없이 흐름을 유지했다. 대체자 이승호가 3세이브를 챙기며 뒷문을 지킨 게 결정적이었다. 올 시즌 최고 히트상품 중 한 명인 좌완 셋업맨 김재웅 역시 이 기간 6경기에서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확실히 작년보다 나아진 게 느껴진다”고 말한 김재웅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타선도 다르지 않았다. 김혜성, 이정후, 송성문 등 중심타선에 이적생 김태진, 김휘집 등이 돌아가며 터졌다. 25일에는 백업 포수 김재현이 홈런을 터트리며 승리를 이끄는 등 공격에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타자들까지 힘을 냈다.
최근 12경기에서 타율 0.159로 부진했던 외국인타자 야시엘 푸이그도 힘을 냈다. 26일 7-3으로 앞선 7회초 3타점 2루타를 터트리는 등 4타수 2안타 4타점으로 모처럼 이름값을 했다. 동료들은 영어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푸이그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했고, 푸이그는 진지하게 티배팅을 하며 반전을 노렸다. 그 결과는 달콤했다. 푸이그의 활약에 따라 타선의 파괴력을 극대화할 수 있기에 그의 타격감이 살아나면 팀 분위기도 좋아진다. 이제 키움의 시선은 27~29일 롯데 자이언츠와 사직 원정 3연전을 향한다.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