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윤지. 사진제공 | KLPGA
하민송이 버디 퍼트를 앞두고 있을 때, 18번 홀 그린에 스프링클러 오작동으로 잠시 물이 뿌려지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경기위원회는 일시적으로 고인 물 처리 규정에 따라 코스 관리 직원들을 그린에 투입해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하고 경기를 속개했다. 하지만 흐름이 끊긴 하민송은 버디를 놓쳤고, 결국 4명 플레이오프 승부로 이어졌다.
18번 홀에서 열린 1차 연장. 넷 중 유일하게 버디를 놓친 하민송이 가장 먼저 탈락했다. 같은 홀에서 이어진 2차, 3차 연장에선 셋 모두 파를 적어냈다. 핀 위치가 바뀐 채 같은 홀에서 이어진 4차 연장. 지한솔은 107m 거리에서 세컨 샷을 홀컵 한 뼘 거리에 바짝 붙였다. 이소영이 파에 그치며 두 번째 탈락한 가운데 정윤지는 3m 거리 버디 퍼트를 먼저 홀컵에 떨구며 지한솔과 승부를 이어갔다.
그리고 운명의 5차 연장. 마침내 승부가 갈렸다. 둘 모두 투온에 성공했지만 지한솔의 첫 퍼트는 홀컵에 훨씬 미치지 못했고, 정윤지는 4m 버디 퍼트를 그대로 홀컵에 떨구며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투어 3년 차 정윤지가 5차 연장 끝에 감격적인 첫 우승에 입맞춤했다.
29일 경기 이천시 사우스스프링스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10회 E1 채리티 오픈’(총상금 8억 원) 최종 3라운드에서 단 하나의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잡아 68타를 쳤다. 합계 8언더파 208타로 먼저 경기를 끝낸 뒤 동타를 이룬 3명과 5차 연장 승부를 펼쳐 우승상금 1억4400만 원을 ‘쟁취’했다.
2라운드까지 선두 하민송에 3타 뒤진 4언더파 공동 9위 그룹에 그쳤던 정윤지는 최종 라운드에서 침착하게 타수를 줄인 뒤 행운처럼 찾아온 연장 승부를 놓치지 않았다. 통산 2승을 모두 사우스스프링스에서 완성했던 지한솔과 통산 5승 중 2승을 이 코스에서 따냈던 이소영,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하민송 등 쟁쟁한 선배들과의 승부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플레이를 이어갔다.
정윤지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 기쁘다”면서 “연장에 들어가면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하면 할수록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동기들의 우승을 보면서 나는 언제쯤 (우승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며 정말 힘들었다”면서 “무엇보다 기다려준 가족들에게 감사하다. 첫 우승을 했으니 앞으로 기복없는 선수가 되고 싶다. 2승, 3승을 착실히 쌓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천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