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임지열. 스포츠동아DB
‘언더독의 반란’이라 불리는 키움 히어로즈의 2022년 포스트시즌(PS)은 야구인들의 일반적 예상을 모두 뒤엎었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앞서는 KT 위즈와 LG 트윈스를 각각 준플레이오프(준PO)와 PO(이상 5전3선승제) 무대에서 모두 격파했고, 한국시리즈(KS·7전4승제)에선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빛나는 SSG 랜더스를 상대로도 막상막하의 혈전을 거듭했다.
키움 홍원기 감독의 용병술은 현대야구의 큰 흐름에선 다소 벗어난다. 소위 ‘좌우놀이’ 신봉자도 아니고, 숫자를 제일 중시하는 ‘데이터 야구’ 마니아도 아니다. 예상치 못한 카드를 연달아 내면 상대팀 입장에선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카드에 일격을 당했을 때 입는 타격은 일반적 경우보다 훨씬 더 크다.
키움이 올해 가을야구에서 상대팀에 커다란 일격을 가한 ‘창’은 단연 ‘대타’였다. 손맛을 가장 짜릿하게 먼저 느낀 것은 단연 LG와 PO 3차전. 홍 감독은 3-4로 뒤진 7회말 2사 1루서 LG 우완투수 이정용을 상대로 우타자 임지열을 대타로 투입했다. 임지열은 원래 이정용 이전에 마운드를 지킨 좌완투수 김대유를 상대하기 위한 카드였다. 그러나 임지열이 대기타석에 들어서자 LG가 이정용으로 투수를 교체했다. 이 상황에서 키움은 좌타자 김웅빈 카드를 쓸 수도 있었다. 하지만 홍 감독의 선택은 그대로 임지열이었다.

키움 전병우. 스포츠동아DB
임지열은 홍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초구를 공략해 역전 중월 2점포를 쏘아 올리며 순식간에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이 홈런 한방에 시리즈의 분위기조차 키움으로 넘어갔고, 결국 키움은 LG를 3승1패 따돌리고 KS에 올랐다.
1일 원정으로 펼쳐진 KS 1차전에서도 홍 감독의 대타 카드가 적중했다. 홍 감독은 4-5로 뒤진 9회초 1사 2루서 우완투수 노경은을 상대로 우타자 전병우를 대타로 내세웠다. 전병우는 벼락같은 2점포로 경기를 뒤집었다. 전병우는 연장 10회초 결승타까지 때리며 팀 승리에 앞장섰다.

SSG 김강민. 스포츠동아DB
이처럼 대타 카드로 PO에 이어 KS에서도 웃은 ‘영웅군단’이지만, 늘 이득만 본 것은 아니었다. 7일 역시 원정으로 벌어진 KS 5차전에선 SSG에 결정적 대타 홈런을 허용했다. 4-2로 앞선 9회말 무사 1·3루 위기에서 우완투수 최원태가 대타 김강민에게 역전 끝내기 3점포를 맞아 치명적 패배를 떠안았다. 손에 잡힌 줄 알았던 5차전 승리도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대타 덕분에 웃기도 했지만, 대타 때문에 울기도 했다. 일격을 가할 때는 너무도 든든해 보였던 무기로, 그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영웅들이기에 5차전 패배는 더욱 뼈아팠다.
인천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