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부터 KS까지’ 영웅들을 웃기고 울린 대타, 그 짜릿한 손맛

입력 2022-11-08 15: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키움 임지열. 스포츠동아DB

키움 임지열. 스포츠동아DB

그야말로 웃고 울었다.

‘언더독의 반란’이라 불리는 키움 히어로즈의 2022년 포스트시즌(PS)은 야구인들의 일반적 예상을 모두 뒤엎었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앞서는 KT 위즈와 LG 트윈스를 각각 준플레이오프(준PO)와 PO(이상 5전3선승제) 무대에서 모두 격파했고, 한국시리즈(KS·7전4승제)에선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빛나는 SSG 랜더스를 상대로도 막상막하의 혈전을 거듭했다.

키움 홍원기 감독의 용병술은 현대야구의 큰 흐름에선 다소 벗어난다. 소위 ‘좌우놀이’ 신봉자도 아니고, 숫자를 제일 중시하는 ‘데이터 야구’ 마니아도 아니다. 예상치 못한 카드를 연달아 내면 상대팀 입장에선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카드에 일격을 당했을 때 입는 타격은 일반적 경우보다 훨씬 더 크다.

키움이 올해 가을야구에서 상대팀에 커다란 일격을 가한 ‘창’은 단연 ‘대타’였다. 손맛을 가장 짜릿하게 먼저 느낀 것은 단연 LG와 PO 3차전. 홍 감독은 3-4로 뒤진 7회말 2사 1루서 LG 우완투수 이정용을 상대로 우타자 임지열을 대타로 투입했다. 임지열은 원래 이정용 이전에 마운드를 지킨 좌완투수 김대유를 상대하기 위한 카드였다. 그러나 임지열이 대기타석에 들어서자 LG가 이정용으로 투수를 교체했다. 이 상황에서 키움은 좌타자 김웅빈 카드를 쓸 수도 있었다. 하지만 홍 감독의 선택은 그대로 임지열이었다.

키움 전병우. 스포츠동아DB

키움 전병우. 스포츠동아DB


임지열은 홍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초구를 공략해 역전 중월 2점포를 쏘아 올리며 순식간에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이 홈런 한방에 시리즈의 분위기조차 키움으로 넘어갔고, 결국 키움은 LG를 3승1패 따돌리고 KS에 올랐다.

1일 원정으로 펼쳐진 KS 1차전에서도 홍 감독의 대타 카드가 적중했다. 홍 감독은 4-5로 뒤진 9회초 1사 2루서 우완투수 노경은을 상대로 우타자 전병우를 대타로 내세웠다. 전병우는 벼락같은 2점포로 경기를 뒤집었다. 전병우는 연장 10회초 결승타까지 때리며 팀 승리에 앞장섰다.

SSG 김강민. 스포츠동아DB

SSG 김강민. 스포츠동아DB


이처럼 대타 카드로 PO에 이어 KS에서도 웃은 ‘영웅군단’이지만, 늘 이득만 본 것은 아니었다. 7일 역시 원정으로 벌어진 KS 5차전에선 SSG에 결정적 대타 홈런을 허용했다. 4-2로 앞선 9회말 무사 1·3루 위기에서 우완투수 최원태가 대타 김강민에게 역전 끝내기 3점포를 맞아 치명적 패배를 떠안았다. 손에 잡힌 줄 알았던 5차전 승리도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대타 덕분에 웃기도 했지만, 대타 때문에 울기도 했다. 일격을 가할 때는 너무도 든든해 보였던 무기로, 그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영웅들이기에 5차전 패배는 더욱 뼈아팠다.

인천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