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었으면 어쩔 뻔? 이강인, 포르투갈전도 알지? [남장현의 사바-할 카이르]

입력 2022-11-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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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바-할 카이르’는 아랍어로 ‘좋은 아침’을 뜻합니다!

정규시간 90분 내에 승부를 가리는 축구에서 1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이강인(21·마요르카)이 29일(한국시간)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끝난 가나와 2022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증명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53·포르투갈)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이날 2-3으로 석패했다. 0-2 뒤진 후반 맹렬한 반격으로 동점에 성공했으나, 또 한 번 상대의 역습에 결승골을 내주고 말았다. 1무1패, 승점 1의 한국은 12월 3일 0시 같은 경기장에서 열릴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3차전을 반드시 이겨야 16강행을 바라볼 수 있다.

2선 공격수 이강인은 쓰라린 패배 속에서도 빛났다. 0-2로 뒤진 후반 12분 권창훈(28·김천 상무) 대신 그라운드를 밟은 그는 1분 만에 빠른 돌파와 정확한 왼발 크로스로 조규성(24·전북 현대)의 헤더 골을 배달해 ‘게임체인저’ 역할을 수행했다. 가물에 단비와 같던 이 골로 탄력을 받은 한국은 2-2 동점까지 만들 수 있었다.

이강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최대한 공격적으로 하라”는 벤치의 지시대로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구석구석을 질주했고, 날카로운 전진 패스로 전방에 힘을 실어준 이강인은 생애 첫 월드컵에서 수확한 첫 공격 포인트에도 만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 30분 놓친 프리킥을 비롯해 자신이 몇 차례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것을 가슴아파했다.

“어떻게든 팀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골 기회를 살렸어야 했다”고 자책한 이강인이지만 월드컵에서 확실한 가능성을 입증했다. 우루과이와 1차전(0-0 무)에서도 후반 29분 교체로 들어가 준수한 플레이로 큰 기대감을 안기더니 가나와 2차전에선 나름 결실을 맺었다.

표현 그대로 인생역전이다. 벤투 감독에게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최우수선수(MVP) 출신의 이강인은 ‘주력 자원’이 아니었다. 월드컵 최종엔트리(26명)에 발탁됐을 때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공격에 비해 다소 부족해 보이는 수비력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당시 이강인의 선발 배경으로 “몇 가지가 발전했다”고 벤투 감독이 밝혔는데, 그 중 하나가 향상된 수비가담으로 해석됐다.

이강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렇게 플랜B에 가까웠던 이강인이지만 플랜A의 몫을 해냈다. 가나전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코너킥 기회를 끊어버린 주심에 항의하다 레드카드를 받은 벤투 감독을 대신해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대표팀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49·포르투갈)도 “이강인이 투입돼 창의성이 발휘되고 공격속도가 높아질 수 있었다. 교체 투입돼 좋은 역할을 했다. 가진 기량을 잘 표출했다”고 칭찬했다.

이제 시선은 포르투갈전으로 향한다. 16강 진출을 위해선 무조건 이겨야 한다. 내용보다 결과가 중요한 승부다. 기대만큼의 실력을 발휘한 이강인의 선발출전에 조심스레 힘이 실린다. 유럽 빅리그 중 하나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주전으로 뛰면서 쌓은 실력이 유럽(포르투갈)과 대결에서도 통하리란 기대감이다. 4년간의 준비를 검증받고 현주소를 확인하는 월드컵, 이제 우리의 운명을 가릴 최후의 승부에 이강인도 모든 것을 건다는 의지다.

도하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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