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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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의 모로코가 2022카타르월드컵에서 ‘범아랍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모로코는 7일(한국시간) 알라이얀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 대회 16강전에서 연장까지 120분을 0-0으로 마친 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3-0으로 이겨 8강에 합류했다. 처음 월드컵에 도전장을 내민 1970년 멕시코대회 이후 52년 만에 맛보는 첫 번째 8강 진출의 기쁨이다. 종전 최고 성적은 1986년 멕시코대회에서 거둔 16강으로, 당시 서독에 0-1로 패했다.

아울러 모로코는 아프리카 축구사에 길이 남을 이정표도 세웠다. 아프리카 국가가 월드컵 8강까지 오른 것은 카메룬(1990년 이탈리아), 세네갈(2002년 한·일), 가나(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를 포함해 이번이 4번째다.

모로코 승리의 일등공신은 수문장 야신 보노(31)였다. 스페인 1번 키커 파블로 사라비아(30·파리 생제르맹)의 킥이 골대를 때린 가운데 2번 키커 카를로스 솔레르(25·파리 생제르맹)와 3번 키커인 주장 세르히오 부스케츠(34·FC바르셀로나)의 킥을 잇달아 가로막았다. 공교롭게도 보노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세비야 소속이다.

모로코의 탄탄한 팀 조직을 앞세운 철벽 수비도 인상적이었다. 공격은 날카롭지 않았으나, 스페인의 공간침투를 영리하게 차단했다. 다급해진 스페인 벤치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득점한 알바로 모라타(30·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후반 18분 투입해 반전을 꾀했으나 모로코에 큰 위협을 주지 못했다. 결국 잔인한 ‘11미터 룰렛’으로 이어졌다.

모로코 골키퍼 야신 보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모로코 골키퍼 야신 보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의 조별리그 H조 3경기가 모두 펼쳐진 장소이자, 16강 진출의 추억이 담긴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은 이날 모로코 팬들이 점령했다. 스페인 팬들도 있었으나, 120분 내내 엄청난 함성과 야유를 쏟아낸 모로코에 압도당했다.

그래서인지 스페인은 승부차기에서도 맥을 추지 못했다. 이미 기운을 잃은 데다 압박감이 대단한 탓인지 실축을 연발했고, 4년 전 러시아대회에 이어 2회 연속 8강 진출 실패라는 악몽을 반복했다. 2018년 대회 때는 개최국 러시아에 승부차기로 무너졌다.

조별리그에서 벨기에를 꺾는 등 2승1무, F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 뒤 과거 식민지배의 아픔을 안긴 스페인을 제압한 모로코는 같은 날 스위스를 6-1로 대파한 포르투갈과 11일 4강 진출을 다툰다.

알라이얀(카타르)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