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왼쪽), 김판곤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 사진 | 스포츠동아DB, 스즈키컵 홈페이지

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왼쪽), 김판곤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 사진 | 스포츠동아DB, 스즈키컵 홈페이지


동남아시아축구 한복판에서 한국축구인들의 맞대결이 펼쳐진다.


박항서 감독(63)이 이끄는 베트남과 김판곤 감독(53)이 지휘하는 말레이시아가 27일 오후 9시30분(한국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국립경기장에서 2022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 미쓰비시컵 조별리그 B조 맞대결을 펼친다.


여러모로 박 감독은 동남아축구에서 최고 명장이다. 2017년 10월 베트남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5년간 동남아축구를 주름잡았다. 성인과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동시에 맡아 베트남축구를 급성장시켰다. 2018년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현 U-23 아시안컵) 준우승을 시작으로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4강에도 올랐다. 같은 해 겨울에는 성인대표팀을 이끌고 스즈키컵(현 미쓰비시컵)에서 10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고, 2019년 아시안컵에선 8강 진출에 성공했다.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까지 오르며 종전보다 한 단계 발전한 베트남축구를 보여줬다.


그러나 내년 1월로 계약기간이 끝나는 박 감독은 이번 미쓰비시컵을 끝으로 베트남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2020년 대회에서 라이벌 태국에 밀려 준우승에 그쳤다. 이번 대회에서 다시 정상에 올라 베트남에서 ‘라스트 댄스’를 화려하게 장식하겠다는 의지다. 21일 라오스와 1차전에선 6-0 대승을 거뒀다.


김 감독은 동남아 ‘축구한류’의 후발주자지만, 제대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직을 내려놓고 올 1월 말레이시아대표팀 사령탑에 취임했다. 6월 아시안컵 진출을 이끌었다. 말레이시아로선 개최국이었던 2007년 이후 16년만의 본선 진출이다. 미쓰비시컵에서도 순항 중이다. 미얀마(1-0 승)~라오스(5-0 승)를 연파해 B조 1위를 달리고 있다. 직전 대회 조별리그 탈락의 충격을 깨끗하게 씻어낼 수 있는 기회다.


베트남과 맞대결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4년 12월 4-2 승리 후 8년간 베트남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베트남전을 앞두고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서 기쁘다. 좋은 능력을 지녔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반드시 베트남을 꺾을 계획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