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패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까. 사령탑으로 2번째 시즌을 앞둔 이승엽 두산 감독은 지난해 가을야구의 아픔을 잊지 않고 있었다.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팀의 42주년 창단 기념식에서 “패배를 통해 단단해지고 또 냉철해졌다”며 새 시즌 더 높이 비상할 것을 다짐했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좋지 않았던 평가를 바꾸려면 모든 것을 다 바꿔야 한다.”
이승엽 감독(48)은 2023시즌 두산 베어스 사령탑을 맡으며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했다.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불린 최고의 선수였던 그에게도 지도자로서 첫 시즌은 결코 쉽지 않았다. 팀이 정규시즌 5위(74승2무68패)로 2년 만에 다시 가을야구에 올랐지만, 오르내림이 컸던 까닭에 적지 않은 팬들의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2024시즌은 이 감독에게 진정한 시험대다. 사령탑 취임 첫해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를 발판 삼아 올해는 한층 더 발전하겠다는 의지다.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의 42주년 창단 기념식에서도 선수들에게 “나부터 변하겠다. 지난해 있었던 일은 다 잊어버리자”고 당부했다.
2023시즌에 대한 아쉬움이 큰 듯했다. 이 감독은 “우승이 아니라면 만족하는 감독, 코치가 있을까. 한 시즌이 빠르게 지나갔는데, 많이 아쉬운 한 해였다고 느낀다”고 돌아봤다. 이어 “비시즌을 생각보다 바쁘게 보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 당연한 성적을 내기 위해 많이 준비했고, 앞으로 더 많은 준비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난해 10월 19일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패배(9-14)의 순간을 떠올리기도 했다. 선수들에게 “그 패배를 가슴 깊이 새겼다. 그 기억이 올해 도약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여운이 오래 남았던 것 같다”며 “판단 미스 등 아쉬움이 많았다. 2024년에는 지난해 좋지 않았던 모습을 떨쳐내겠다. 패배를 통해 단단해지고 또 냉철해졌다. 모든 면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수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도 전달했다. 그는 “외부의 평가가 맞다고 본다. 좋지 않았던 평가를 좋은 쪽으로 바꾸려면 모든 것을 다 바꿔야 한다”며 “결단력도 필요하겠지만, 코치님들 말씀에 귀를 기울이면서 상황을 판단하는 등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경기를 내줘야 할 때, 가져와야 할 때를 빠르게 판단해 장기 레이스에서 더 많이 이길 수 있도록, 끈질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KBO리그는 2024시즌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AI 심판’으로 불리는 자동투구판정 시스템(ABS)의 도입이다. 이와 관련해 선수들의 의견은 크게 엇갈린다. 이 감독은 “우리 팀만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10개 구단 모두 바뀌는 만큼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진다는 느낌은 받는다. 상하 무브먼트가 좋은 투수와 짧게 휘는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들 중 누가 유리할지 판단해야 한다. 우리 투수들이 지난해 좋은 성적을 낸 만큼 아직 ABS 도입이 불리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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