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최원태가 텅 빈 잠실 마운드에 종종 오르는 이유

입력 2024-05-27 11: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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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최원태. 스포츠동아DB

아무도 없는 그라운드. 개인훈련을 위해 나온 한 선수가 마운드 옆을 지나가다 걸음을 멈췄다. 장비를 내려놓고 마운드에 올라 투구 자세를 몇 차례 취한 뒤 묵묵히 외야로 걸음을 옮겼다. LG 트윈스 투수 최원태(27)였다.

개인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향하던 그에게 이유를 물었다. 쑥스럽다는 듯 웃으며 “24일 홈경기 등판 때 마운드 위에서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서봤다”고 답했다. 이어 “딱히 어떤 느낌인지를 설명하기 어려운데, 내가 느끼는 그런 느낌이 있다. LG로 이적한 뒤 훈련시간에 앞서 마운드가 비어있으면 종종 서 본다”며 “잠실에서 좋은 경기를 한 적이 거의 없다. 마운드에 더 익숙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원태는 지난해 7월말 키움 히어로즈에서 LG로 이적했다. 국내선발진이 약했던 LG는 우승을 위해 최원태를 데려오면서 미래자원 이주형, 김동규를 키움으로 보냈다. 최원태는 LG 유니폼을 입고 9경기에 선발등판해 3승3패, 평균자책점(ERA) 6.70을 마크했다. 기대한 만큼의 성적은 아니었다.

최원태는 트레이드 직후였던 지난해 7월 3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6이닝 2안타 무4사구 5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지만, 그 뒤로는 기복을 보였다. 한국시리즈(KS) 2차전에 선발등판해서도 제구가 흔들린 탓에 1회도 넘기지 못했다. ‘우승청부사’로 지목돼 부담감이 컸는지 부진했다. 다행히 LG가 통합우승을 차지하면서 조금이나마 아픈 기억을 털어낼 수 있었다.

예비 프리에이전트(FA)인 그는 절치부심하며 올 시즌을 준비했다. 27일까지 올 시즌 10경기에 선발등판해 6승2패, ERA 3.74의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5차례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도 작성했다. 외인 원투펀치의 동반부진으로 크게 흔들리는 LG 선발에서 가장 안정적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만족하지 않는다. 올 시즌에도 홈에서 성적이 좋지 않은 아쉬움을 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홈 5경기에선 2승1패, ERA는 5.19다. 원정(1개)보다 홈(3개)에서 더 많은 홈런(3개)을 허용했고, 피안타율도 원정(0.192)보다 홈(0.263)에서 훨씬 높다. 이 때문에 최원태는 지난해부터 안방 잠실구장의 마운드가 비어있을 때면 수시로 올라가 자신만의 느낌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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