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광로처럼 뜨거운 K리그 팬 문화…열정의 스토리에 ‘존중’도 담아야 할 때

입력 2024-06-25 16:13: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지난달 2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울산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15라운드 경기 도중 파도타기 응원을 펼치고 있는 관중.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올 시즌 K리그는 흥행의 연속이다. 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HD-전북 현대전에 입장한 관중 2만9007명을 포함해 개막 91경기 만에 누적 관중 100만 명을 돌파했다. 2013년 승강제가 도입된 이후 단일시즌 최소경기 100만 관중 기록이다.

하지만 리그의 인기에 걸맞은 성숙한 응원문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올 시즌 유독 관중 소요사태가 잦았다. 지난달 1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물병투척 사건이 시작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를 2-1로 꺾은 직후 FC서울 골키퍼 백종범이 인천 서포터스석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며 포효했고, 이에 흥분한 서포터스가그라운드를 향해 물병을 던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인천 구단에 제재금 2000만 원과 홈경기 응원석 5경기 폐쇄 징계를 내렸다.

이후 자성의 메시지가 터져 나왔지만, ‘막무가내 응원문화’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물병투척 사태가 일어난 지 1개월만인 이달 1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인천전이 2-2 무승부로 마무리된 뒤 판정에 불만을 품었던 한 전북 팬이 퇴장하는 심판진을 향해 물병을 던졌다. 전북 구단은 해당 팬의 신원을 파악했고, 연맹은 주의 조치를 내렸다.

관중과 선수의 갈등까지 벌어졌다. 2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포항 스틸러스가 인천을 3-1로 꺾은 직후였다. 인천 신진호는 친정팀 포항의 팬들에게 인사를 하러 원정석으로 다가갔는데, 일부 포항 팬들이 그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자리를 떠나려했던 신진호는 원정석으로 돌아가 그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만난 그는 “포항 관중석에서 나를 향해 좋지 않은 말들이 나왔다. 손가락 욕을 하는 팬도 있었다. 오늘 경기장을 찾은 가족들에게 그런(욕설을 듣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며 당시 정황을 털어놓았다.

양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K리그에 올바른 응원문화 정착이 필요하다. 일부 팬들은 일련의 사태를 팀을 향한 충성심과 애정의 표현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는 잘못을 합리화하려는 위험한 발상이다. 스포츠에는 서로를 향한 존중이 필요하다. 성숙한 응원문화가 정착돼야 K리그의 질적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