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활대신 덤벨을 들고 싶다”…해금연주자 천지윤[셀럽들의 7330]

입력 2024-06-27 16: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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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을 연주하고 있는 천지윤. 그는 쉬지 않고 해금의 지평을 넓히는 실험을 해오고 있다.

해금을 연주하고 있는 천지윤. 그는 쉬지 않고 해금의 지평을 넓히는 실험을 해오고 있다.

해금의 소리를 마이크 없이도 대화가 가능한 거리에서 라이브로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고작 두 개의 줄, 여름 참외만 한 소리통을 가진 이 왜소한 악기가 토해내는 소리는 영화 속 마동석이 휘두르는 바디샷처럼 한 방 한 방 묵직하게 객석을 강타했을 뿐만 아니라 협연하는 악기들조차 바짝 움츠리게 만들어버렸다.
무대 위에서 해금은 가장 강력한 토론자, 지배자였다. 이날 이후, 내게 해금은 외유내강의 연인이자 독재자로 각인되었다.

해금 연주자 천지윤은 해금의 지평을 쉬지 않고 넓혀 온 사람이다. 지금까지 그가 낸 앨범들을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경기굿, 산조와 같은 정통 국악앨범은 물론 백병동의 현대음악, 재즈, 클래식과의 협업 앨범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퓨전국악밴드 ‘비빙’에서 활동한 이력도 있다. 요즘은 자신이 직접 큐레이션 한 ‘해금서가’라는 독립서점을 운영하며 유튜브 크리에이터로도 맹활약 중이다.
수영, 피겨, 스키, 필라테스, 요가 … 해금만큼이나 사랑하는 운동

자전적 에세이 ‘단정한 자유(2022)’에 해금과 운동에 관한 별도의 장을 실을 정도로 천지윤은 운동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운동은 다양하게 했어요. 수영, 피겨스케이팅, 스키, 필라테스, 요가 ….”
그러고 보니 죄다 ‘혼자 하는 운동’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천지윤은 “그러네요? 저도 지금 알았어요”하며 수긍했다.

“아무래도 저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잖아요. 저의 세계 안에 침잠해 있을 때가 많고, 또 다른 차원에서 스스로 수련할 수 있는, 그런 운동을 저도 모르게 좋아했던 것 같아요.”
천지윤은 “해금을 연주할 때 몸의 힘을 어떻게 쓰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코어와 하체. 이 두 가지는 연주를 지탱해 나가는 지지대와 같다. 코어와 하체가 단단하게 버티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근지구력이 생긴다.

하체와 달리 상체는 최대한 유연하게, 힘을 빼야 한다. 이 유연한 상태로 코어와 하체로부터 힘을 공급받는다. 이 ‘대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되면 연주를 오래 해도 부상, 통증이 없다. 이 ‘심오한’ 비결을 천지윤은 필라테스를 하면서 배웠다고 했다.

천지윤은 운동할 때 사진 남기는 것을 좋아한다.  이 사진들은 소중한 일상의 기록이자 흔적으로 쌓여간다.

천지윤은 운동할 때 사진 남기는 것을 좋아한다. 이 사진들은 소중한 일상의 기록이자 흔적으로 쌓여간다.


홈트에 최적화된 덤벨운동 … 빅씨스 유튜브 보며 혼자서 ‘쓱쓱’
오늘 소개할 운동은 덤벨. 아령이다.
“1kg부터 3kg까지 네 개의 덤벨을 갖고 있어요. 개인 트레이닝을 받아 왔는데 이젠 스스로 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지금은 피트니스 클럽에서도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혼자 근력운동을 하죠. 빅씨스 채널을 제일 좋아합니다.”
천지윤의 팔에 눈이 갔다. 얇으면서 군살 하나 없이 단단한, 아름다운 팔이다. 근육을 가늘고 길게 만드는 필라테스와 대근육을 키워주는 덤벨의 컬래버레이션이 낳은 결과물일 것이다.



덤벨운동의 장점은 지도자가 중요한 필라테스와 달리 혼자 홈트레이닝을 하기에도 최고의 운동이라는 것. 다만 덤벨운동을 하기 전 몸을 충분히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홈트를 할 때는 준비운동으로 실내 사이클을 탄다. 이게 꽤 재미있어서 1시간, 또는 그 이상도 탄다. 폼롤러,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 때도 있다. 이렇게 몸을 충분히 달구어 놓고 나서야 비로소 덤벨을 든다.

“유튜브를 검색해 보면 덤벨운동 콘텐츠가 정말 많아요. 스케줄이 많은 날은 10분짜리 영상을 보면서 따라 하고, 시간 여유가 있다 싶으면 50분짜리 영상을 보는 식이죠. 처음엔 1kg로 하다가 점점 늘려갑니다. 덤벨운동이 정말 좋은 게, 빠르게 몸이 예뻐지거든요. 비용도 안 들고요.”


해금의 혁명가 천지윤 … 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최근 천지윤은 ‘해금혁명’이라는 앨범을 냈다. 베토벤의 클래식 작품에서 대중의 귀에 익숙한 테마들을 가져다 피아노 재즈트리오와 협연한 것으로, 과연 ‘혁명’다운 발상의 시도다. 7월에는 두 번째 에세이가 나온다. 제목은 ‘직감의 동선’. 뉴욕을 포함한 미국 동부지역, 일본, 쿠바 등 작년에 다닌 여행지에서 쓴 글을 모았다. 마음의 흐름에 따라 움직인 동선이고,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내가 원하는 삶은 어떤 걸까에 대한 고민, 질문, 답을 담았다고 했다.

“저는 계속해서 실험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 스승님들과 백건우, 정경화 선생님 같은 클래식 대가의 연주를 들어보면 조각과 조각을 계속 연결해 가는 힘이 있어요. 이 조각과 시간들을 끊김없이 긴 호흡으로 갖고 가는 것. 그 시간과 관객을 다 품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큰 연주자, 큰 사람이라는 것. 음악도, 글쓰기도, 운동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제게는 (실험의 결과에 대한) 믿음이 있어요. 그래서 매일 연습하고,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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