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 공백 5개월째’ 한국축구, 필요한 건 명성도 국적도 아닌 진심

입력 2024-07-03 18: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최근 사퇴한 정해성 KFA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을 대신해 차기 대표팀 감독 후보들과 유럽 현지에서 접촉 중인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 겸 기술총괄이사.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축구국가대표팀 사령탑 자리가 5개월째 공석이다. 2023카타르아시안컵 졸전 이후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독일)과 결별한지도 한참 시간이 흘렀으나, 대한축구협회(KFA)는 차기 감독 선임에 애를 먹고 있다.

모든 부분이 삐걱거린다. 한국에 관심을 보인 지도자들이 전반적으로 적어 좋은 후보들을 찾기 어려웠던 와중에 이번 인선작업을 이끌어온 정해성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마저 그레이엄 아놀드 호주 감독 등 일부 후보 추천 문제로 KFA 수뇌부와 갈등을 빚다 사퇴하면서 상황이 한층 더 악화됐다.

대다수 위원들이 정 위원장과 운명을 함께 하기로 결정하면서 전력강화위원회는 사실상 와해됐지만, 더는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KFA는 선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 겸 기술총괄이사를 비롯한 KFA 담당자 3명이 2일 유럽으로 떠나 최종 후보들과 대면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앞선 비대면 면접에서 후보들의 한국행 의지는 확인한 만큼 이번에는 축구철학, 지도 방향, 훈련 및 컨디셔닝 프로그램 등에 대한 프레젠테이션과 큰 틀의 조건 협상까지 이뤄지는 복합 면접이다.

이 총괄이사 일행은 영국과 독일을 오가며 각각 거스 포옛 전 그리스대표팀 감독(우루과이), 다비트 바그너 전 노리치시티 감독(독일)과 접촉한다. 다만 문이 완전히 닫히진 않았다. 5일 귀국 예정인 이 총괄이사 일행은 유럽 현지 인터뷰 결과를 정리하는 한편 추후에라도 괜찮은 후보들이 나타나는 상황까지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후보들의 경력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선덜랜드(잉글랜드)에서 기성용(FC서울)을 지도한 바 있는 포옛 감독은 유럽과 아시아 등지에서 왕성한 활동을 했으나 유일하게 맡은 대표팀인 그리스를 2024유럽축구선수권대회 본선에 올리지 못했다. 바그너 감독도 허더즈필드타운~노리치시티(이상 잉글랜드), 샬케04(독일), 영보이스(스위스) 등 클럽 지도 경험만 갖추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후보의 이름값에 얽매일 형편은 아니다. 클린스만 전 감독만 해도 명성으로는 ‘역대급’이었다. 게다가 우리는 조건도 까다롭다. 후한 몸값을 약속할 수 없고, 세금도 많다. 국내 체류는 기본이다. 여기에 난색을 표한 지도자들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차기 사령탑의 최대 기준은 ‘간절함’이 돼야 한다. 명성은 다소 떨어져도 고유의 철학과 방향성이 뚜렷하며, 우직하게 팀을 이끌 지도자가 필요하다. 높은 무대에서 갓 밀려난 이들은 연봉도 세고, 배고픔도 덜하다. 축구인들은 “어차피 원하는 조건에 100% 부합되는 이는 없다. 비슷하다면 대표팀에 진심이고 함께 성장하겠다는 자세를 갖춘 지도자가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