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규정타석·이닝을 채우지 못했지만, 후반기 타이틀 경쟁에 가세할 후보로 꼽히는 롯데 황성빈(왼쪽)과 삼성 이승현. 스포츠동아DB
타격왕 경쟁에 불이 붙은 2022년, 당시 은퇴를 앞둔 베테랑 이대호(전 롯데 자이언츠)와 KBO리그 외국인타자의 패러다임을 바꾼 호세 피렐라(삼성 라이온즈)는 치열하게 1위를 다투고 있었다. 그러나 전반기가 끝나자 순위표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장외 타격왕’이 합류했기 때문이다. 그해 6월 허벅지 부상 이후 복귀해 맹타를 휘두른 박건우(NC 다이노스)와 새롭게 떠오른 문성주(LG 트윈스)가 다크호스였다. 둘 중 상위권에 살아남은 박건우는 규정타석 진입 후 시즌 타율 0.336(3위)으로 이 부문 1, 2위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피렐라를 위협했다.
●타격 부문 다크호스 황성빈
올 시즌 전반기 타율 부문은 외국인타자들의 경쟁으로 뜨거웠다. 전반기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기예르모 에레디아(SSG 랜더스·0.361)와 로니 도슨(키움·0.358)이 선두를 다퉜다. 국내타자로는 송성문(0.350), 김혜성(0.349·이상 키움)이 두각을 나타냈지만, 에레디아와 도슨이 매서운 타격감을 뽐내 따라잡기 여의치 않았다. 5월까지 1위를 달리던 허경민(두산 베어스)은 어깨 부상으로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전반기 종료 후 규정타석 진입이 머지 않은 타자들 중에서 다크호스가 나타났다. 이 기간 규정타석의 70% 이상을 채운 타자들 가운데 황성빈(롯데·0.349)이 새롭게 떠올랐다. 국내타자 1위의 송성문에게 단 1리 차이로 근접한 것은 물론 전반기 막판에는 선두권에 준하는 타율에 이르기도 했다. 전반기 기준으로는 팀의 경기수(80경기)에 3.1을 곱한 규정타석(248타석)에 단 38타석만 모자랐다. 후반기 안에 규정타석 진입이 유력한데, 전반기에 보여준 타격감을 이어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ERA 부문 다크호스 이승현
평균자책점(ERA) 부문 상위권도 외국인투수가 점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전반기에는 카일 하트(NC·2.74), 제임스 네일(KIA 타이거즈·2.86),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키움·3.14)의 삼파전 양상이었다. 국내투수들 중에선 원태인(삼성·3.16)이 자존심을 지키고 있었지만, 이 부문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한 다른 국내투수가 보이지 않는 형국이었다.
그런데 원태인의 뒤를 바로 잇는 투수가 나타났다. 삼성이 전반기 85경기를 치른 가운데 이승현이 68.2이닝 동안 ERA 3.28을 찍었다. 규정이닝의 70% 이상을 채운 투수들 중 가장 뛰어났다. 이승현은 6월 5경기에서 3승무패, ERA 1.29로 월간 최우수선수(MVP)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 흐름을 이어간다면 원태인에 이어 국내투수의 자존심을 지킬 또 다른 선수가 탄생할지 모른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