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역사 썼는데…‘안세영 파문’ 배드민턴-‘회장 리스크’ 사격, 짧은 환희 퇴색된 영광

입력 2024-08-07 1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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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파리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을 따고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선수 지원 문제를 비판한  안세영(왼쪽)이 7일(한국시간) 파리 샤를드골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귀국하고 있다. 오른쪽 뒤편은 김학균 배드민턴대표팀 감독. 파리|뉴시스

2024파리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을 따고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선수 지원 문제를 비판한 안세영(왼쪽)이 7일(한국시간) 파리 샤를드골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귀국하고 있다. 오른쪽 뒤편은 김학균 배드민턴대표팀 감독. 파리|뉴시스


배드민턴과 사격은 2024파리올림픽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두 종목에서 금 4, 은메달 4개가 나왔다. 양궁(금5·은1·동1), 펜싱(금2·은1)과 함께 대한민국의 메달 레이스를 이끌었다.

배드민턴에선 안세영(삼성생명)이 여자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은 혼합복식 은메달을 따냈다. 여자단식 금메달은 1996애틀랜타올림픽 방수현에 이은 28년 만의 쾌거였고, 혼합복식 은메달은 2008베이징올림픽 이용대-이효정의 우승 이후 16년 만의 메달이었다.

사격에선 첫날부터 메달이 쏟아졌다. 혼성 10m 공기소총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의 은메달을 시작으로 오예진(IBK기업은행·여자 10m 공기권총)과 반효진(대구체고·여자 10m 공기소총)이 잇달아 금빛 총성을 울렸다. 이어 김예지(임실군청)가 여자 10m 공기권총 은메달, 양지인(한체대)이 여자 25m 권총에서 금메달을 땄다. 조영재(국군체육부대)는 남자 25m 속사권총 은메달을 보탰다. 2012런던올림픽(금3·은3)을 넘어선 역대 최고 성적이다.

그러나 벅찬 감동은 오래가지 못했다. 뜻밖의 사태에 분위기는 차갑게 식었다. 배드민턴에선 ‘안세영 파문’이 터졌고, 사격은 ‘회장 리스크’에 휩싸였다. 공교롭게도 두 종목 대표팀은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는데, 선수단의 표정은 썩 밝지는 못했다.

안세영은 5일(한국시간) 금메달을 획득한 직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작심 발언을 했다.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안일하게 여긴 대표팀에 실망했다. 올림픽 후 대표팀과 계속 가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슈퍼스타가 은퇴까지 시사하며 소홀한 선수 관리에 서운함을 드러내자, 대한배드민턴협회는 발칵 뒤집혔다. 파리 현장을 찾은 관계자들은 숨어버렸고, 김택규 회장은 비행편을 앞당겨 조기 귀국길에 올랐다. 대한체육회가 주관한 메달리스트 인터뷰에 참석한 김원호, 정나은도 제대로 축하받지 못한 채 씁쓸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경위 파악의 뜻을 밝힌 가운데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도 “우선 배드민턴협회 지도자 5명에게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부터 파리올림픽까지 (안세영의) 부상 이력 등을 제출하라고 했다. 체육회 차원의 조사에 착수한 상태”라고 밝혔다.

2024파리올림픽 사격 메달리스트 반효진, 양지인, 김예지, 오예진(왼쪽부터)이 5일(한국시간) 파리 코리아하우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파리|뉴시스

2024파리올림픽 사격 메달리스트 반효진, 양지인, 김예지, 오예진(왼쪽부터)이 5일(한국시간) 파리 코리아하우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파리|뉴시스


사격도 뒤숭숭하다. 신명주 대한사격연맹 회장이 돌연 사임 의사를 전한 탓이다. 그는 20여년 간 회장사를 맡아온 한화그룹이 지난해 11월 물러난 뒤 6개월 넘게 공석이던 회장직에 6월 취임했다. 대한하키협회 부회장을 지낸 바 있는 신 회장은 경기도 용인에서 한 종합병원을 운영 중인데, 최근 고용노동부에 상습적 임금 체불 관련 신고가 100건 이상 접수됐다. 논란이 커지자, 사퇴를 결심했다. 연맹은 “(신 회장이) 구두 의사만 밝힌 상태다. 사퇴의 뜻이 분명하고 관련 서류가 접수되면 이사회 등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회장 부재 속에 ‘사격 레전드’ 진종오(국회의원)를 중심으로 선수단 환영행사를 진행해야 했던 연맹 관계자는 “호사다마다. 많은 축하와 축복을 받아야 할 선수들이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너무 짧았던 환희와 빠르게 퇴색된 영광, 파리올림픽은 배드민턴과 사격에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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