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여자골프 정상에 오른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손을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기앙쿠르(프랑스) | AP뉴시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은메달, 2021년 도쿄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이번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가입 조건에 모자랐던 포인트 1점을 채우면서 역대 최연소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영광도 누렸다.
교포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2024 파리올림픽 골프 여자부 정상에 올랐다.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인근 기앙쿠르의 르골프 나쇼날(파72)에서 끝난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로 1타를 줄이고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해 에스터 헨젤라이트(독일‧8언더파)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시상대 맨 위에 섰다.
8년 전 은메달, 3년 전 동메달을 획득하며 올림픽 골프 개인전에서 메달 2개를 딴 유일한 선수였던 리디아 고는 이번에 그 기록을 3개로 늘리면서 금, 은, 동메달을 색깔별로 모두 수집했다. 올림픽 금메달로 포인트 1점을 보태 총 27점을 채워 LPGA 명예의 전당에도 입성했다. 1997년 4월생으로 27세 4개월인 리디아 고는 종전 기록인 2016년 박인비(27세 10개월)을 넘어 명예의 전당 최연소 가입 기록도 세웠다.
한국에서 태어나 네 살 때 뉴질랜드로 건너가 새 국적을 취득한 리디아 고는 ‘최연소 기록’ 전문가로 불린다. 만 15세이던 2012년 8월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우승해 LPGA 투어 최연소 우승자가 됐고, 이듬해 프로로 전향한 뒤 만 17세인 2015년 세계랭킹 1위가 되면서 역시 최연소 기록을 수립했다.
시상대 맨 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감격의 눈물을 흘린 리디아 고는 “3라운드까지 공동 1위였기 때문에 마지막 18홀이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18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꿈을 이뤄 너무 행복하다”며 “이번이 나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은퇴가 임박한 것이냐’는 질문에 “정확한 시기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명예의 전당에 가입한 것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다”며 은퇴를 고민하고 있음을 내비친 뒤 “일단 이번 시즌을 잘 마친 뒤에 더 생각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고려대 심리학과에 입학해 현재 휴학 상태인 리디아 고는 2022년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아들 정준 씨와 결혼해 ‘현대가(家)’의 며느리가 됐고, 이날 대회장에는 정 부회장이 직접 방문해 리디아 고를 격려했다.
동메달은 최종합계 7언더파를 친 린시위(중국)가 차지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양희영이 6언더파 공동 4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2016년 리우 대회 때도 3위와 1타 차로 공동 4위에 머물렀던 양희영은 8년 만에 다시 나선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에서도 똑같이 1타 차로 메달 획득이 무산됐다. 도쿄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올림픽 무대에 나선 고진영과 김효주는 나란히 합계 이븐파 공동 25위에 그쳤다. 2016년 리우 대회 때 박인비가 금메달을 땄던 한국 여자골프는 도쿄와 파리에서 2회 연속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