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 58㎏급 금메달리스트 박태준. 파리|뉴시스
대한민국은 태권도 종주국이다. 그만큼 자부심이 엄청나다. 태권도가 처음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2000시드니대회부터 2020도쿄대회까지 6차례 대회에서 12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2008베이징올림픽에선 금메달을 4개나 수확했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에선 단 하나의 금메달도 따내지 못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여자 67㎏ 초과급 이다빈(28·서울시청)이 은메달, 남자 58㎏급 장준(24·한체대)과 80㎏ 초과급 인교돈이 동메달을 얻은 게 전부였다. 세계태권도의 상향평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리올림픽에선 달랐다. 남자 58㎏급 박태준(20・경희대), 여자 57㎏급 김유진(24・울산광역시체육회)이 금메달을 차지하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11일(한국시간) 여자 67㎏ 초과급 이다빈도 동메달을 목에 걸며 2회 연속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쉽게 패한 남자 80㎏급 서건우(21・한체대)도 준결승까지 오르며 미래를 밝혔다.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은 박태준과 김유진에 대한 분석이 상대적으로 덜 된 부분이 금메달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세계랭킹 12위 김유진이 1위 뤄종스(중국)를 준결승에서 제압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여자 57㎏급 금메달리스트 김유진. 파리|뉴시스
베이징올림픽 이후 한국태권도는 전 세계의 견제 대상이 됐다. 호성적을 내기가 어려워졌다. 오히려 여자 48㎏급 파니팍 웡파타나킷(태국), 57㎏급 제이드 존스(영국) 등 다른 나라 선수가 각 체급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부터는 전자 헤드기어를 도입하고, 2017년 무주 세계선수권대회부터는 공격 유형에 따라 점수를 차등 지급하기 시작하면서 수비 위주의 경기로는 이기기가 쉽지 않아졌다. 또 장외로 나가거나 넘어지면 무조건 상대 선수에게 1점이 주어졌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선수들은 개정된 규칙에 완벽하게 대응했고, 한 번에 5점을 따낼 수 있는 뒤후리기 등의 공격까지 선보였다.
물론 이번 올림픽의 성공에 안주해선 안 된다. 대륙과 상관없이 새로운 강자가 등장하고 있고, 세계랭킹과 무관한 결과가 속출했다. 여자 67㎏급 금메달리스트 비비아나 마르톤(헝가리)은 2006년생의 신예다.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3위 샤라 차리(벨기에)를 압도하는 경기력과 남다른 배짱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박태준이 준결승에서 제압한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튀니지)도 세계랭킹 1위다. 랭킹이 높은 선수들의 경우 많은 국제대회에 출전한 까닭에 그만큼 전력이 노출됐음이 이번 올림픽에서도 드러났다.
여자 중량급의 세대교체 또한 필요하다. 오혜리와 이다빈에 이어 여자 67㎏급과 67㎏ 초과급을 지배할 선수가 나타나야 한다. 이번 올림픽을 “마지막”이라고 밝힌 이다빈은 “좋은 선수들이 발굴되고, 공정한 과정을 통해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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