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원태인이 20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두산전 도중 포수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포항구장 경기에서 프로 데뷔 이후 첫 승을 거둔 그는 고교 시절 포항에서 좋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사진 제공|삼성 라이온즈
“경북고의 에이스로 돌아왔습니다.”
삼성 라이온즈 우완투수 원태인(24)에게 20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이날 선발등판해 6이닝 동안 2안타만 내주며 무4사구 8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팀의 3-0 완승을 이끌며 승리투수가 됐다.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제2홈구장인 포항구장에서 따낸 승리였다. 지난해까지는 포항에서 치른 2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ERA) 6.23으로 크게 부진했다.
원태인은 이날 두산전을 마친 뒤 밝은 표정으로 “경북고의 에이스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경북고 재학 시절 포항구장에서 적지 않은 경기를 펼쳤는데, 당시에는 성적이 좋았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프로 데뷔 이후 포항에서 2차례 선발등판해서는 기대한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해 마음의 짐처럼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3번의 실패는 없었다. 타선의 뒷받침을 받아 승리투수까지 됐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이날 승리로 원태인은 다승 부문 선두(12승)로도 올라섰다.
최근 팀 내에선 에이스를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대접받고 있다. 그만큼 개인 성적이 빼어나다. 후반기 원태인이 호투하면서 이닝이터의 면모까지 보여준 덕분에 삼성은 불펜 소모를 최소화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원태인의 후반기 성적은 7경기에서 5승2패, ERA 3.64다. 헤드샷으로 1회말에 퇴장을 당한 7월 13일 잠실 두산전(0.2이닝 4실점)을 제외한 6경기의 ERA는 2.83이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원태인을 향해 “현재 리그 최고의 투수”라고 극찬한 바 있다. 이에 원태인은 “감독님이 그런 얘기를 해주신 것을 언론을 통해 봤다. 그런 말에 어울리는 투수가 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 노력하다 보니 최근 꾸준하게 좋은 모습이 나오는 것 같다”며 웃었다.
원태인은 최근 3연속경기 무4사구 행진을 펼치고 있다. 28이닝 동안 볼넷과 몸에 맞는 볼을 단 1개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뛰어난 투구 밸런스를 바탕으로 완벽에 가까운 제구력을 뽐내고 있는데, 그는 모든 공을 포수 강민호에게 돌린다. 강민호와 대화를 통해 상대 전력을 분석하고 경기를 준비한 덕분이고, 더욱 공격적으로 투구하면서 무4사구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원태인은 정규시즌 끝까지 이 같은 호조세를 유지해 팀이 최대한 높은 위치에서 가을야구에 나설 수 있게 앞장서겠다는 의지다.
포항|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