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디아즈가 18일 수원 KT 전에서 5-5로 맞선 9회초 3점홈런을 날린 뒤 환호하며 홈을 밟고 있다. 수원|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무안타의 침묵을 결정적 한 방으로 깨트렸다.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타자 르윈 디아즈(28)가 이틀 연속 홈런을 쏘아 올리며 팀의 2위 확정 매직넘버를 줄였다.
디아즈는 18일 수원 kt 위즈전에 4번타자 1루수로 선발출전해 5타수 1안타 1홈런 3타점 1득점으로 팀의 8-6 승리를 이끌었다. 전날(1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이어 또 한번 아치를 그리며 4번타자다운 위용을 뽐냈다. 3연패에서 벗어난 삼성(76승2무60패)은 3위 LG 트윈스(70승2무64패)와 5경기차를 유지하며 2위 확정을 위한 매직넘버를 ‘2’로 줄였다.
이날 디아즈는 앞선 4타석에서 잇달아 침묵했다. 첫 두 타석에선 모두 삼진으로 돌아섰고, 4-3으로 앞선 5회초 무사 1·2루 추가 득점 기회에서도 3루수 파울플라이에 그쳤다. 7회초 4번째 타석 역시 2루수 땅볼이었다. 전날 2안타를 날리며 타격감을 회복한 듯했지만, 이날은 중심타선에서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3-3, 4-4, 5-5 등 3차례 동점 상황이 이어지는 치열한 접전 속에서 4번타자의 한방이 절실했던 삼성으로서도 아쉬움이 컸다.
9회 초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5-5로 맞선 2사 2루에서 KT 배터리는 3번타자 구자욱을 자동 고의4구로 거르고 디아즈와 승부를 택했다. 4번째 타석까지 내야를 벗어난 타구가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고, 밸런스도 좋지 않았던 터라 디아즈를 선택한 것은 당연했다. 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2타점을 올린 구자욱을 굳이 상대할 이유가 없었다.
4번 타자로서 자존심이 상할 만했다. 디아즈는 달갑지 않은 상황을 용납하지 않았다. 2사 1·2루에서 손동현의 3구째 시속 121㎞ 커브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3점홈런(시즌 7호·비거리 125m)으로 연결했다. 이날의 결승 홈런이자, 삼성의 KBO리그 역대 최초 팀 통산 5300번째 홈런이었다.
9회 말 마무리투수 김재윤이 장성우에게 솔로홈런을 맞고 실점했던 만큼 디아즈의 이 한방은 더욱 값졌다. 3루측 관중석을 가득 메운 삼성 팬들은 시그니처 응원가인 ‘엘도라도’를 부르며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디아즈는 올 시즌 삼성의 3번째 외국인 타자다. 개막을 함께한 데이비드 맥키넌이 기대했던 장타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방출된 데 이어 대체자로 합류한 루벤 카데나스는 몸 상태에 의문을 남기고는 한국을 떠났다. 이후 부랴부랴 영입된 디아즈에 대한 우려의 시선 또한 적지 않았지만, 팀에 빠르게 녹아들며 공·수 양면에서 큰 힘을 보태고 있다. 경기 전 “빠르게 2위를 확정하고 선수들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박진만 삼성 감독도 환한 웃음을 지으며 디아즈에게 하이파이브를 건넸다.
수원|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