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왼쪽 위)이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 도중 기립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미란 문체부 차관, 유인촌 문체부 장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뉴시스
대한축구협회(KFA)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여야 의원들의 성토에 혼쭐이 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정몽규 KFA 회장과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수위 높은 사퇴 압박이 이어진 가운데 ‘감독 선임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임생 KFA 기술총괄이사는 급기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잇단 거취 관련 질의에 홍 감독은 “사퇴하지 않겠다. 대표팀을 강하게 만들겠다”고 답했고, 정 회장은 “한국축구를 위한 최선의 길을 택하겠다”고 비껴갔으나 상황은 매우 불리하다. KFA에 대해 7월부터 감사를 진행 중인 문화체육관광부가 10월 2일 ‘감독 선임안’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22대 국회 정기 국정감사(10월 7~25일)도 예정돼 있다. 정 회장은 10월 22일 대한체육회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축구계에선 2013년 취임한 정 회장이 내년 1월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해 4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금껏 속 시원히 출마 여부를 밝힌 적은 없지만, 선거가 3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현시점까지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출마 수순’이라는 해석이다.
여기서도 핵심은 ‘절차’다. 원칙적으로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 정 회장은 4선에 도전할 수 있다. 특히 체육단체장이 국제단체 임원직에 있으면 유리하다. 정 회장은 5월부터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러나 문체위의 입장은 다르다. “사회적 물의 등의 사유가 있는 사람은 임원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의 KFA 정관 제29조(임원의 결격 사유)에 주목한다. 면밀한 해석이 필요하나 ▲홍 감독 선임 과정 ▲승부조작 연루자 기습 사면 시도 ▲종합축구센터 명명권 등 KFA 사유화 의혹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독일)의 위약금 문제 ▲중계권·문화체육관광부 미승인 마이너스 통장 개설 등이 전부 ‘사회적 물의’의 범위라고 본다. 정 회장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문체위 강유정 의원은 정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면서 유인촌 문체부 장관에게 직접 “부처 차원의 행정소송 등을 해서라도 (정 회장의) 4연임을 막아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와 별개로 유 장관 역시 또 한번 정 회장을 압박했다. 26일 한 라디오방송과 전화 인터뷰에서 “(현안 질의에서) 당장 사퇴 여부를 밝히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잘 판단한다고 했으니 심사숙고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 장관은 “체육회 공정위 허가가 (정 회장의 4연임에도) 필요하다. 3연임, 4연임의 문제에 대해 시정 권고했다. 안 받아들이면 재차 시정 명령을 하고, 그래도 안 되면 선거 후 승인 불허 절차를 밟겠다”고 덧붙였다.
감독 선임 논란도 빼놓지 않았다. 유 장관은 “정당한 절차가 중요하다. 감사에서 불공정함이 확인되면 다시 절차를 밟아야 옳다. 재선임 과정을 거쳐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 것이 모두를 납득시키고 자신도 떳떳해질 것”이라며 홍 감독의 재신임을 주문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