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부터 충북 제천축구센터에서 열린 2024 K리그 여자 축구대회 퀸컵(K-WIN CUP)에 출전한 선수 약 350명 중 경남 매기 도열(왼쪽)과 전남 나타는 유이한 외국인 선수였다. 이들은 “퀸컵을 통해 한국의 여자축구 인기가 크게 늘었음을 실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제천|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12일부터 충북 제천축구센터에서 열린 2024 K리그 여자 축구대회 퀸컵(K-WIN CUP)에는 K리그1과 K리그2 25개 구단의 여자팀이 총출동했다. 출전 선수만 약 350명에 달한다.
이 중 외국인 선수는 경남FC의 매기 도열(25·미국)과 전남 드래곤즈의 나타(30·브라질)가 유이하다. 과거 고향에 있을 때부터 꾸준히 공을 찼던 이들은 “퀸컵을 통해 한국의 여자축구 인기가 크게 늘었음을 실감한다. 거주지 근처에서 축구나 풋살을 할 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오던 사람들만 나왔는데, 이젠 새 얼굴들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스스로를 “알렉스 모건(35·미국)처럼 플레이하고 싶은 공격수”라고 소개한 매기는 유학차 부산으로 입국해 벌써 한국생활 4년차를 맞았다. 평소엔 부산대 유학생으로 생활하다가도, 여가시간이 생기면 창원까지 건너가 공을 차고 있는데 어린 시절부터 비롯된 축구사랑이 큰 까닭이다.
매기는 “고등학생 때까지 축구를 했는데, 6년 간 쉬다 지난해부터 다시 공을 차기 시작했다. 남자축구를 잘 보지 않을 정도로 여자축구에만 푹 빠져있다”며 “사실 부산에 팀이 있는지 모르고 경남에서 선수를 뽑는다길래 창원까지 가서 테스트를 봐 합격했다. 몸 상태는 나쁘지 않지만 너무 오랫동안 쉬었기 때문에 골을 넣지 못해 아쉬웠다”고 웃었다.
전남 에이스 발디비아(30·브라질)의 아내 나타의 사연도 눈길을 끌었다. 8살 때부터 축구를 시작한 나타는 평소 발디비아의 경기가 끝나면, 남편과 함께 경기를 되돌려보며 분석할 정도로 축구사랑이 컸다. “축구는 나의 인생”이라며 “동료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고자 ‘여기’, ‘앞으로’, ‘뒤로’ 등의 지시어를 공부해왔다”고 말할 정도로 이번 대회에 임하는 등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
공교롭게도 남편과 같은 포지션인 미드필더로 이번 대회에 나섰다. 이에 발디비아는 나타를 향해 “내 아내는 전남 광양의 토니 크로스(독일·은퇴)”라고 말하며 기를 살려줄 정도로 진심어린 응원을 전했다. 이에 나타도 “남편이 대회 전 동료들과 대화를 많이 하며 주변을 잘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아들인 발디비아(7)와 발렌티나(3) 역시 많은 응원을 전해줬다”고 말했다.
끝으로 나타는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축구선수와 결혼할 것이라고 예상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10년 전 남편이 내가 응원하던 SC인테르나시오날(브라질)의 선수였는데, 경기가 끝난 뒤 우연히 주차장에서 마주쳤다”며 “당시 팬이던 내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 게 만남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축구를 사랑하는 4인 가족이 탄생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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