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잠재운 범타 유도 능력…삼성 레예스, 악재 겹친 마운드에 숨통 틔운 난세 영웅

입력 2024-10-13 17: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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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외국인투수 데니 레예스가 1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와 PO 1차전 2회초 1사 후 박동원에게 땅볼을 유도한 뒤 1루수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대구|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삼성 외국인투수 데니 레예스가 1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와 PO 1차전 2회초 1사 후 박동원에게 땅볼을 유도한 뒤 1루수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대구|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투수 데니 레예스(28)가 달구벌을 뜨겁게 달궜다.

레예스는 1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PS)’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1차전에 선발등판해 6.2이닝 4안타 2볼넷 1탈삼진 3실점 1자책점 역투로 팀의 10-4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삼성은 2015년 10월 26일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1차전 이후 8년 11개월 25일(3275일) 만에 PS 승리를 맛봤다.

레예스는 이닝을 거듭할수록 안정감을 뽐냈다. 비록 실점 없이 마치기는 했으나, 1회초에는 2사 후 오스틴 딘~김현수에게 잇달아 볼넷을 내주기도 했다. 2스트라이크를 선점하며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고도 계속된 파울 커트로 투구수가 불어나기도 했다. 1회초(21개)와 2회초(20개) 투구수가 많았던 이유다. 그러나 3회초 이후 차츰 영점을 잡은 덕분에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까지 가능했다.

4회초 2사 후 오지환에게 우월 솔로홈런을 허용한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위기도 없었다. 6회초까지는 득점권에 내보낸 주자도 없었다. 포심패스트볼과 투심패스트볼, 커터,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5개 구종을 섞어 던졌는데, 다양한 패스트볼 계열 구종에 LG 타자들이 혼란스러워했다. 투심패스트볼과 커터를 건드렸다가 범타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덕분에 레예스도 스트라이크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투구수를 절약할 수 있었다.

삼성의 마운드 운용에 숨통을 틔운 역투였다. 7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레예스는 2사 1·2루를 송은범에게 물려주고 교체됐는데, 이 자체로 큰 힘이 될 만했다. 올 정규시즌 동안 레예스와 외국인 원투펀치로 활약한 코너 시볼드가 오른 어깨 부상 탓에 PO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여기에 불펜에서도 필승조 최지광(오른 팔꿈치 인대 손상)과 백정현(오른손 엄지 미세골절)이 부상, ‘끝판대장’ 오승환이 구위 저하로 가세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박진만 삼성 감독은 “불펜 쪽이 힘든 상황이라 레예스가 얼마나 긴 이닝을 던져주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충분히 기대에 부응했다.

선발투수의 수 자체가 많지 않은 삼성으로선 이번 PO에서 레예스의 분투가 절실하다. ‘상수’로 볼 수 있는 선발은 레예스와 원태인뿐이다. 애초 취약점으로 꼽힌 불펜을 메우려고 베테랑 백정현의 보직을 옮겼는데, 그마저도 다치는 바람에 이날 기존 선발 자원인 좌완 이승현을 불펜으로 끌어다 썼다. 이래저래 마운드 사정이 여의찮은 까닭에 레예스의 4차전 선발등판 가능성도 작지 않다. 그렇게 되면 휴식일은 고작 3일에 불과하다. 1차전은 기분 좋게 잡았지만, 레예스의 어깨는 여전히 무겁다.


대구|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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