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선수들이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KS 1차전 6회초 무사 1·2루서 우천으로 서스펜디드 게임 선언이 되자 덕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광주|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삼성 라이온즈에는 심술궂은 가을비가 낯설지 않다. 지난해까지 역대 포스트시즌(PS) 우천순연은 19차례였다. 그중 삼성의 경기만 총 6차례였다. 단, 삼성과 가을비가 지독하게 악연이었다는 게 문제다. 삼성은 1984년 롯데 자이언츠와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7차전부터 2012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KS 3차전까지 우천순연 6경기를 모두 졌다. 여기에 올해는 PS 사상 최초로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치러진, 그마저 비 때문에 하루 순연된 KIA 타이거즈와 KS 1차전마저 내줬다.
●비와 눈물
1984년 KS가 시작이다. 당시 KBO리그는 전·후기로 나눠 치러졌다. KS는 전·후기 우승팀이 맞붙는 방식으로 펼쳐졌다. 이에 1984년 전기 우승팀 삼성은 KS 파트너를 고르려고 ‘져주기 게임’까지 했다가 비난을 자초했다.
그해 KS에서 삼성은 5차전까지 3승2패로 앞서 모두가 예상한 대로 우승하는 듯했다. 6차전은 내줬지만, 롯데 에이스 최동원이 이미 많은 이닝(4경기·31이닝)을 던져서 이튿날 7차전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비가 내렸다. 7차전이 우천순연되자, 최동원에게는 하루가 더 주어졌다. 최동원은 7차전 선발등판해 9이닝 4실점 완투승을 거뒀다.
●비와 흑역사
2001년 KS 또한 삼성에는 잊고 싶은 기억 중 하나다. 당시 김응용 감독이 이끈 삼성은 정규시즌 1위에 올랐지만, 한번 기운 분위기를 뒤집지 못하고 ‘업셋’의 희생양이 됐다. 당시 상대는 준플레이오프(준PO)부터 올라온 두산 베어스였다. 김인식 감독이 지휘한 두산은 타이론 우즈~김동주~심재학으로 이어진 강타선을 앞세워 ‘도장 깨기’에 나섰다.
단, 두산은 심재학(허리) 등 부상자를 비롯해 투·타 전반에 걸쳐 휴식이 절실했다. 1차전은 삼성이 잡았는데, 2차전을 앞두고 오전부터 비가 내렸다. 김인식 감독은 “선수들이 지쳐서 쉬고 싶어 했는데, 잘 됐다”며 “심재학이 하루 더 치료할 수 있게 됐고, 2차전 선발 구자운이 여유를 갖게 됐다”고 반겼다. 힘을 모은 두산은 2차전 9-5 승리 후 4차전까지 연승을 챙기더니 6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했다.
●비와 새 역사
삼성은 올해 PO 2차전과 KS에서 다시 비를 만났다. 그런데 올해는 좀 달랐다. PO 2차전에서 LG 트윈스를 꺾고 악연을 끊었다. 물론 21일 KS 1차전 6회초 우천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되면서 완투 페이스를 보이던 선발 원태인을 5이닝밖에 기용하지 못하고, 우세한 흐름이 끊기면서 역전패한 상황은 두고두고 아쉽다. 하지만 22일에도 비가 내리면서 다시 우천순연이 이뤄져 원태인, 데니 레예스 등 주축 선발진에게 하루 더 휴식시간이 주어진 것은 남은 시리즈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올해 가을비는 최종적으로 삼성에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궁금하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