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곤 울산 감독(왼쪽)과 윤정환 강원 감독은 11월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릴 K리그1 36라운드 대결에서 사실상의 우승 결정전을 치른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하나은행 K리그1 2024’ 35라운드에선 선두 울산 HD와 2위 강원FC가 나란히 웃었다. 강원이 26일 김천 상무에 1-0 승리를 거두자, 울산도 27일 포항 스틸러스를 2-0으로 꺾었다. 울산(19승8무8패·승점 65)과 강원(18승7무10패·승점 61)의 간격은 그대로 유지됐다.
시즌 종료까지 3경기가 남았다. 그러나 우승이 빨리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다음 달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울산과 강원이 맞붙는다. 울산이 이기면 승점 68이 돼 남은 2경기와 상관없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 구단 최초 리그 3연패다.
물론 강원은 허무하게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지 않다.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제패한 레스터시티처럼 ‘K리그 가을동화’를 꿈꾼다. 뜨겁게 싸우고 이겨서 ‘금요일 밤을 불태우겠다’는 의지다. 강원이 승리하면 승점차는 1로 줄어든다.
역대 전적은 물론 올 시즌 전적에서도 울산이 앞선다. 2승1패로, 홈경기를 다 잡았다. 그런데 변수가 있다. 이번 대결은 문수경기장이 아닌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치러진다. 울산은 23일 이곳에서 벌어진 2024~20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3차전 홈경기에서 빗셀 고베(일본)에 0-2로 완패했다. 그라운드와 먼 관중석, 어두운 조명, 지나치게(?) 좋은 잔디가 독이 됐다.
두 팀에 얽힌 스토리도 흥미롭다. 윤정환 강원 감독은 울산 사령탑으로는 실패했다. 사간 도스(일본)에서 거둔 성공을 발판 삼아 2015, 2016시즌 울산을 지휘했으나 좋은 기억은 많지 않았다. 첫 시즌에는 파이널B(7~12위)로 내려앉았고, 다음 시즌에는 4위에 올랐지만 ‘재미없는 축구’란 혹평 속에 재계약하는 대신 세레소 오사카(일본)로 향했다.
윤 감독은 세레소에서 2017시즌 일왕배와 리그컵을 제패하고 ‘J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며 다시 성공시대를 열었으나, 그 후 무앙통 유나이티드(태국)에서 중도 경질되고 제프 이치하라(일본)에서도 깊은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지난해 6월 하향세를 그리던 강원 지휘봉을 잡았을 때도 환영받지 못했다. 그러나 팀을 잔류시킨 뒤 맞은 2번째 시즌 엄청난 반전을 이뤘다. 강원의 우승 도전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다.
게다가 강원은 완전 영입을 시도했던 브라질 공격수 야고를 내주는 과정에서 울산과 크게 충돌했다. 서로 감정이 좋을 리 없다. 윤 감독은 “토너먼트처럼 매 경기를 치른다. 울산전도 마찬가지”라고, 김판곤 울산 감독은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모든 경기를 이긴다는 마음으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진짜 속내는 다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