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태군(뒤)이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KS 5차전에서 7-5로 이겨 우승을 확정한 순간 마무리투수 정해영을 안고 기뻐하고 있다. 광주|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KIA 타이거즈 포수 김태군(35)은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우승 세리머니가 한창 벌어질 때 이범호 감독의 옆구리를 살짝 찔렀다. 그는 이 감독에게 “팀 자체 최우수선수(MVP)상은 없습니까”라고 물었다. 이 감독은 영문을 몰라 다소 어리둥절해했다. 그러나 이내 알아차렸다. 김태군이 MVP 선정을 위한 기자단 투표에서 1표차로 내야수 김선빈에게 밀려 다시 잡기 힘든 KS MVP 수상 기회를 놓친 것이었다. 이 감독은 김태군이 KS 내내 주전 포수로서 수비와 공격에서 든든한 역할을 했으니, MVP로도 손색없다고 보고 있었다.
삼성 라이온즈와 맞붙은 이번 KS에서 김태군의 활약은 눈부셨다. KIA 투수들이 호투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공격에서도 빼어난 모습을 보였다.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2박3일에 걸쳐 진행된 KS 1차전 7회말 0-1로 뒤진 가운데 무사 1·2루에서 벤치의 지시대로 보내기번트를 성공시켰다. 6회초 무사 1·2루 위기에서 상대의 보내기번트 때 2루주자를 3루에서 잡아낸 김태군이 반대로 타석에선 완벽한 보내기번트를 해냈다. KIA는 이 찬스를 빅이닝으로 연결해 4점을 뽑은 끝에 5-1로 이겼다. KIA가 KS 초반 흐름을 장악하는 데 그의 역할이 컸다.
김태군은 KIA가 2승1패로 앞선 가운데 26일 KS 4차전에선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렸다. 3-0으로 앞선 3회초 2사 만루에서 삼성 2번째 투수 송은범을 상대로 좌월 만루홈런을 터트렸다. 결국 KIA는 9-2 대승을 거두고 KS 우승의 8부 능선을 돌파했다. 또 역대 KS에서 만루홈런을 때린 팀은 모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바 있다. 김태군은 28일 5차전에서도 결승타를 때리는 등 KS 내내 꾸준히 활약했다.
김태군은 프로 데뷔 이후 17년 동안 주전 포수를 향해 달려왔다. 프로 첫 팀인 LG 트윈스를 비롯해 NC 다이노스, 삼성에서 잠시 주전으로 활약한 적이 있지만,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올 시즌에는 KIA를 정상에 올려놓으며 그토록 바라던 우승팀의 주전 포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아쉽게 놓친 KS MVP보다 값진 훈장이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