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도현이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KS 5차전 5회초를 무실점으로 막은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하고 있다. 광주|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KIA 타이거즈 우완투수 김도현(24)은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를 통해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가을야구 무대를 경험했다. 25일 대구 3차전과 28일 광주 5차전에서 마운드를 밟았고, 2경기 모두 호투로 장식했다. 첫 KS 등판에선 안타 1개를 맞았지만, 아웃카운트 2개를 책임지고 임무를 마쳤다. 선발투수 양현종이 조기에 강판된 5차전에선 2.1이닝 동안 볼넷 1개만을 내주며 3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KIA는 이를 발판 삼아 7-5로 승부를 뒤집고 치열했던 이번 KS를 4승1패로 마무리하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김도현은 올해 자신의 야구인생에서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전체 33순위로 한화 이글스에 지명받은 그는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1군 무대의 벽을 절감했다. 2022년 4월 트레이드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올해, 그는 심기일전했다. 1군 자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불펜투수로 출발했지만, 힘 있는 직구를 앞세워 마운드 위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7월 중순부터는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경기가 더 많았다. 올 시즌 선발등판 10경기에서 3승3패, 평균자책점(ERA) 4.57의 나름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KIA 코칭스태프는 KS를 앞두고 4명의 선발투수를 정하면서 마지막 한 자리에 윤영철과 김도현을 놓고 고민했다. 좌완 윤영철이 지난 2년간 선발로 더 많은 경기에 등판했고, 결과 또한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김도현의 정규시즌 막판 투구가 빼어났다. 삼성을 상대로도 3경기에서 10.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강한 면모를 보였다. 9월 24일 삼성과 홈경기에선 7이닝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챙겼다.
하지만 김도현의 KS 선발등판은 이뤄지지 못했다. KS 초반 잇따라 내린 비 때문에 전체 일정이 조정되면서 KIA는 3명의 선발투수만으로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김도현은 불펜으로 이동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선발투수가 어려움을 겪은 경기에서 김도현을 가장 중요한 순간 길게 던질 수 있는 투수로 선택했고, 이 카드는 거듭 적중했다.
이 감독은 KS를 마친 직후 최고의 무대에서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김도현과 윤영철을 챙겼다. 이 감독은 “둘 모두 내년에는 선발로테이션에서 더 좋은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큰 경기에서도 자신의 주무기를 앞세워 상대 타선을 압도한 김도현은 막강한 투수력을 자랑하는 KIA에서도 없어선 안 될 자원으로 거듭났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