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당구 천재 김영원이 11일 열린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오태준을 꺾고 생애 첫 프로당구 PBA 우승을 이룬 뒤 트로피에 입맞춤하고 있다. 사진제공 ㅣ PBA
‘17세 당구 천재’ 김영원이 당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데뷔 2년 3개월 12일(835일) 만에
프로당구 PBA 역대 최연소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김영원은 11일 밤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오태준(크라운해태)을 세트스코어 4-1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김영원은 2007년 10월 18일생으로 17세 23일 만에 정상에 올라 여자부 LPBA 김예은(웰컴저축은행)이 2020~2021시즌에 세운 종전 프로당구 최연소 우승(20세 11개월 13일) 기록을 훌쩍 앞당겼다.
2022년 7월 30일 2022~2023시즌 챌린지투어(3부)를 통해 15세의 나이로 프로당구 무대에 뛰어든 김영원은 지난 시즌 드림투어(2부)로 승격해 두 차례 준우승을 거두며 두각을 나타냈다. 와일드카드를 통해 1부 투어에도 틈틈이 출전해 경험을 쌓았다. 5차투어(휴온스 챔피언십)서는 PBA 챔피언 출신인 에디 레펀스(SK렌터카)를 꺾고 32강까지 진출하는 이변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영원은 프로 3년 차인 올해 기량이 만개했다. 올 시즌 첫 대회인 우리금융캐피탈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돌풍을 예고했다. 당시 베테랑 강동궁에게 뼈아픈 역전패를 당한 뒤 눈물을 흘려 당구계에 회자하기도 했다.
눈물의 준우승을 한 뒤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는 불과 140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김영원은 이날 결승전에서 1세트부터 상대 실력과 기세 모두 상대를 압도했다. 3세트만 7-14로 내줬을 뿐 나머지 세트는 여유 있게 따내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 상금 1억원도 손에 쥐었다. PBA 22번째이자 대한민국 11번째 PBA 챔피언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상금 1억원을 챙긴 17세 김영원은 “아직 어떻게 쓸지 생각 안 해봤다. 아버지와 개인 연습실을 차리자는 이야기는 나눴다”고 했다.
김영원(가운데)이 생애 첫 프로당구 PBA 우승을 차지한 뒤 아버지 김창수 씨(왼쪽), 어머니 안효정 씨와 함께 익살스펀 포즈를 취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ㅣPBA
김영원이 당구에 눈을 뜬 건 아버지 김창수 씨의 힘이 컸다. 어릴 때는 아버지와 컴퓨터 게임을 즐겼던 김영원은 아버지가 당구장을 찾기 시작하면서 함께 큐를 잡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시작한 당구는 실력이 쑥쑥 자라 1년 만인 중학교 1학년 때는 수지가 25점까지 올라갔다.
김영원은 “아버지가 그때 선수에 도전해도 되겠다고 하셔서 본격적으로 꿈꾸기 시작했다”며 “아침 일찍 당구장에 나가서 초저녁쯤 집으로 돌아갔다”고 떠올렸다. 이어 “당구장 삼촌들과 어울리기 때문에 외롭지 않다. 초등학교 친구들은 가끔 만나고 여행도 다닌다”고 말했다.
김영원의 역사는 이제 시작이다. “첫 우승이라 아직도 얼떨떨하다”는 그는 “개막전 결승에 올라서 준우승했는데, 당시 결승전 경험이 정말 큰 경험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다시 결승에 올라와 우승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며 “앞으로도 두 번째, 세 번째 우승을 목표로 열심히 달려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