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임 도전을 선언한 정몽규 KFA 회장이 최근 서울 신문로 포니정재단빌딩 HDC 집무실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나 여러 논란과 선거 전략, 과제 등을 설명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이제 아무도 그의 이름을 모를 것 같진 않다. 대한축구협회(KFA) 정몽규 회장(62)이다. 축구계를 넘어 체육계 전체로 봐도 현재 가장 뜨거운 인물이다. 물론 부정적 이미지가 더 강하다.
다사다난했던 2024년이 저물어가는 요즘, 한국축구의 최대 관심사는 제55대 KFA 회장 선거다. 내년 1월 8일 예정된 선거를 통해 정 회장은 4연임에 도전한다. 환경은 종전과 다르다. 2013년 1월 제52대 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12년 만에 경선을 치른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행을 이끈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69), 유명 축구해설가 출신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66)와 경쟁한다. 25일부터 28일까지인 후보자 등록 기간에 새로운 인사가 나오지 않으면 3파전 구도다.
많은 이는 19일 출마를 공식화한 정 회장의 무난한 당선을 전망한다. 갈라지고 쪼개진 축구인들이지만, 예측불허의 변화보다는 안정을 축구하는 기류가 더 강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승부조작 가담자 기습 사면 시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독일)부터 홍명보 감독까지 반복된 대표팀 사령탑 선임 절차 논란 등 일련의 과오로 인해 정 회장을 향한 눈총은 몹시 따갑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갈등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왜 대외 이미지가 중요한 기업가가 굳이 많은 욕을 먹어가며 다시 출마하는지, 왜 스스로 적임자라고 생각하는지를 좀 더 편안한 자리에서 듣고 싶었다. 최근 서울 신문로 포니정재단빌딩 HDC 집무실에서 만난 정 회장은 “한창 시끄러울 때는 새벽 2시, 3시에 깨어나곤 했는데, (출마를 결정한) 지금은 좀 더 잘 잔다”며 “10년, 20년 뒤 오늘을 돌아봤을 때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출마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가족도 많이 반대했다던데.
“축구 관계자, 원로, 스폰서 등 많은 분과 만나 상의했다. 모두가 걱정한 부분은 ‘기업인이 정부의 뜻에 반하면 사업에 지장이 있는 게 아니냐’는 점이었다. 가족의 염려도 상당하다. 나 역시 그렇다. 당선되더라도 정부, 문체부 등과 여러 측면에서 많은 대화를 해야 하는데, KFA에 내 의사결정이 과연 도움이 되느냐는 우려가 있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 흐른 뒤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회사 걱정, 재산 걱정을 우선한다면 당장 내려놓을 수 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이유가 한 가지 있다. 3번째 임기 중 시작한 대형 프로젝트의 마무리다. 충남 천안 일대에 건립 중인 축구종합센터와 프로~세미프로~아마추어를 잇는 디비전 시스템이다. 정 회장은 “사업을 시작하면 마무리가 가장 중요하다. 아직은 불안정성이 있고, 한 번 (리더십 등 환경의 변화로) 흐트러지면 크게 망가질 수 있다고 염려하는 분들도 있었다. 어렵게 내가 (출마를) 결심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아시아축구연맹(AFC) 등 외부의 지지는 사실인가.
“한창 어려움이 있을 때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셰이크 살만 AFC 회장이 방한했고, 많은 국가 협회장도 만났다. 그분들 모두가 ‘잘 극복하라’고 격려해줬다. 이런 상황은 조금씩 달라도 어느 나라에든지 다 있는 문제라는 생각에 위안도 받았다.”
-그래도 부담스럽지 않나? 국회에선 ‘회장의 협회 사유화’를 언급했고, ‘왜 정몽규가 계속 해야 하는지’를 묻는 목소리도 있는데.
“가장 큰 숙제는 축구인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팬, 축구를 모르는 분까지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충분히 납득하실 수 없겠으나, 감독 선임 과정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다만 이런 과정까지 좀 더 투명하게 해 최대한 많은 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유화’는 뭔가 개인적 이익이 있다는 것인데, 절대로 그런 구조가 될 수 없다. 그렇지만 작은 오해조차 없도록 탄탄한 시스템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 서울 신문로 포니정재단빌딩 HDC 집무실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난 정몽규 KFA 회장.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선거 전략은 무엇인가.
“경선을 준비하며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돌아보니 어려움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새로운 아젠다를 짜면서 탄탄한 선거구조와 거버넌스, 시스템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12년 전에는 선거인단이 시도협회장, 산하 연맹 위주였다. 프로는 20~24% 선이었는데, (회장에 당선된 뒤) 지금은 선수 비중이 37% 정도가 됐다. 앞으로는 팬들도 참여하고, 축구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는 스폰서의 비율도 많이 늘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불편하겠지만 ‘왜 정몽규가 회장이 돼야 하는지’를 말해달라.
“세상에 꼭 특정인만이 해야 하는 것은 없다. 오히려 누구나 회장직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열고 싶다.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이 경쟁하는 구조가 필요한데, 솔직히 행정 인재를 육성하거나 이를 위한 건전한 경쟁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대비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본인이 시작한 프로젝트가 정말 옳은 방향인가.
“축구종합센터는 경기도 파주의 기존 트레이닝센터(NFC)에 재투자가 필요한 시점에서 계획됐다. 20년을 쓰고, 5년 연장한 상태였다. 전세에서 월세로 바뀐 개념인데, 매년 관리비가 20억~30억 원에 달하고, 재투자도 비슷한 금액이 들어가는데 계속 월세 집에 투자하는 것은 무리라고 봤다. 직접 20년짜리 프로젝트를 하면 어떨까 싶었다. 접근성도 좋고, 오래 남을 KFA의 자산이 아닌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한 굉장히 좋은 모델인 데다, 대표팀뿐만이 아니라 유소년 및 심판 육성, 잔디 연구 등 축구와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룰 수 있는 시설이다. FIFA에선 이를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공유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아시아에선 이런 시설이 카타르의 아스파이어 아카데미가 유일하다.”
정 회장은 축구종합센터를 다른 후보들이 갖지 못한 자신의 강점이라고 부연했다. 부지 선정부터 건설·운영까지 평생 해왔던 자신의 업과도 동일해 운영 및 관리 효율성을 높이는 데는 자신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나만 되고 남은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누군가 빠져 안 돌아가는 조직은 건강한 게 아니다. 다만 뭐든 시스템을 구축하고,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꾸준히 추진하는 것은 내가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나 본다.”
-지난 임기에서 후회되는 부분도 있을 텐데.
“인재 발굴에 소홀했다. 어려운 곳에서 힘들게 노력한 사람들을 많이 모시지 못했다. 디비전 시스템 구축에 나섰으나, 학교체육 활성화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초등·중학교만 봐도 일본은 3000여개, 우리는 200여개 팀에 불과하다. 모든 학생이 체육을 학교에서 즐겨야 한다. 수학 미적분 공식 하나를 더 외우는 것보다 건강한 삶이 훨씬 중요하다. 어린 학생이 축구를 하려면 우리는 수십만 원이 드는데, 일본은 5만 원 수준이다. 축구가 과외활동이 됐기 때문이다. 모두가 쉽게 즐길 수 있는 축구가 돼야 한다. 다시금 기회가 주어진다면, 건강과 행복 증진에도 적극 기여하고 싶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