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데자뷔’ 이다연, 이민지 연장서 따돌리고 2년 만에 패권탈환…시즌 첫 승, 통산 9승 달성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6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는 이다연. 사진제공 | KLPGA

이민지(호주)가 18번(파5) 홀 프린지에서 친 버디 퍼트를 떨궈 먼저 합계 9언더파 고지에 오르자 17번(파5) 홀에 있던 챔피언조 이다연(28)은 10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응수했고 2년 만에 같은 대회 같은 장소에서 둘의 연장 승부가 성사됐다.

패티 타와타나낏(태국)까지 3명이 겨뤘던 2023년 벼랑 끝 승부는 플레이오프 3차전 끝에 이다연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다연은 ‘어게인 2023년’을 꿈꾸며, 이민지는 2년 전 설욕을 다짐하며 18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다시 섰다.

18번 홀에서 열린 1차 연장은 둘 모두 파. 같은 홀에서 이어진 2차 연장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먼저 친 이다연의 버디 퍼트가 홀컵을 돌아 나오며 3차 연장으로 가는 듯 했지만, 이민지의 1m 파 퍼트가 빗나갔다. 이민지로선 2년 전 2차 연장에서 80㎝ 파 퍼트를 놓쳐 어이없는 3차 연장 패배로 이어진 악몽이 되풀이 됐다.

‘작은 거인’ 이다연이 21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미국·유럽 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총상금 15억 원)에서 이민지와 합계 9언더파 279타 동타를 이룬 뒤 2차 연장 혈투 끝에 정상에 올라 우승상금 2억7000만 원을 쟁취했다. 2년 만에 재연된 이민지와의 연장 승부에서 또 한 번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패권 탈환과 함께 시즌 첫 승 및 통산 9승을 신고했다. 2019년 한국여자오픈을 포함해 총 9승 중 무려 3승을 베어즈베스트 청라에서 수확하며 ‘청라의 여인’ 명성도 획득했다.

6월 연장 끝에 준우승에 그쳤던 더헤븐 마스터즈 등 올 시즌 준우승 1번, 3위 3번 끝에 마침내 정상에 다시 선 그는 “지난해 겨울에 수술도 했고, 올 초에는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지만 통증이 사라진 뒤 더 잘해보겠다는 욕심이 많아 우승 찬스를 번번히 놓치곤 했다”고 돌아본 뒤 “올해 메이저 우승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았는데, 다음주 마지막 메이저를 앞두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우승이 나와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원사 주최 대회에 나선 세계랭킹 4위 이민지는 2021년 송가은(25)에게 연장 패배를 맛본 데 이어 2023년과 2025년까지 2년 마다 무려 3번에 걸쳐 연장 승부에서 좌절을 맛보고 말았다.

3라운드까지 사흘 동안 리더보드 최상단을 지켰던 박혜준(22)은 버디 1개,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를 적어내며 3타를 잃고 버디 2개, 보기 2개를 맞바꾼 유현조(20)와 나란히 합계 6언더파 282타를 기록해 공동 3위에 자리했다. 한때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던 대상 1위 유현조는 15번(파5)~16번(파3) 홀에서 연이은 샷 실수로 잇달아 보기를 적어낸 게 뼈아팠다.

미국 무대에서 뛰며 이민지와 같이 하나금융그룹의 후원을 받는 세계랭킹 3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합계 8오버파 공동 44위로 대회를 마쳤다.

인천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인천｜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