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전6이닝무실점…시즌2승·통산205승·2900이닝투구위업
‘135km 대 152km-,’ 저무는 태양 같은 40대의 노장 투수와 20대의 팔팔한 영건이 맞부딪친 경기에서 세월의 차이만큼 전광판에는 20km 가까운 구속 차이가 아로새겨졌다. 그러나 세월의 무게를 덮고도 남는 관록 덕분이었을까. 40대의 노장은 또 하나의 훈장을 가슴에 달았다.
한화 송진우는 어느덧 ‘살아있는 전설’로 팬들의 뇌리에 각인되고 있는 대투수다. 투수 부문에서 매번 역대 최고령·최다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으니 무리도 아니다. 투수 부문의 각종 기록 중 완투승, 완봉승(이상 2005년 9월 8일 문학 SK전·39세 6개월 23일), 세이브(2007년 5월 31일 사직 롯데전·41세 3개월 15일), 홀드(2007년 10월 1일 잠실 LG전·41세 7개월 18일)뿐 아니라 개인통산 다승, 출장경기, 투구이닝, 탈삼진 등에서 모두 ‘역대 최고령’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최다 기록을 경신해가고 있다.
그런 송진우가 13일 대전 KIA전에서 또 한번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만 42세 2개월 27일이 된 이날 송진우는 6이닝 동안 3안타 3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2승이자, 개인통산 205승을 달성했다. 상대 투수는 7일 광주 삼성전에서 프로 데뷔 3년여만에 감격적인 개인 첫 승을 올리며 뒤늦게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이범석(23).
결과적으로는 송진우의 승리였지만 이범석은 시속 152km의 빠른 볼로 한화의 강타선을 3안타 8탈삼진 1실점으로 막아냈다. 여러모로 두 투수의 투구가 대비됐지만 불같은 강속구 없이도 노련한 완급조절로 상대 타선을 무력화한 노장이 판정승을 거둔 것이다. 한화의 1-0 승리.
송진우는 이날 3·4회를 제외하고는 매회 주자를 출루시켰다. 그러나 “바깥쪽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어가며 위기를 벗어났다”는 본인의 말처럼 그는 위축됨 없는 배짱 투구로 단 한명의 주자에게도 3루 이상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날 2회에는 선두타자 이현곤을 좌전안타로 내보냈지만 포수 견제로 잡아낸 뒤 다음타자 김종국을 2루 땅볼로 유도해 전인미답의 개인통산 2900이닝 투구를 달성했다. 7회 선두타자 이재주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구원투수 윤규진에게 공을 넘긴 송진우는 이날로 2904.1이닝을 채워 향후 95.2이닝만 추가하면 대망의 3000이닝 투구에 도달하게 된다.
마운드를 내려가면서도 공을 그대로 손에 쥐고 간 송진우는 “마지막(승리)이 될지도 모르니까 라커룸에 보관해뒀다”고 밝힌 뒤 “200승도 대단하고 의미 있는 기록이지만 3000이닝이야말로 나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자 소중한 기록이다”라며 또다시 새로운 목표를 향한 중단 없는 전진을 다짐했다.
이어 “선발로 던지면 한 시즌 150이닝 정도 던질 수 있으니까 올해 안에 3000이닝을 달성한다는 생각으로 훈련해왔다”며 “사실 시즌 초반 성적이 안 좋아 벤치의 눈치도 살폈지만 어차피 시즌은 10월까지이고, 처음보다는 끝이 좋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또 8개만을 남겨놓은 프로 첫 개인통산 2000탈삼진에 대해서는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대전= 정재우기자 ja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