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서재응(31)은 메이저리그 시절 ‘컨트롤 아티스트’로 불렸다. 특히 그의 체인지업은 ‘명품’으로 통했다. LA 다저스 시절 전담 캐스터 릭 먼데이가 “낙하산 같다”고 혀를 내둘렀던 것도 바로 서재응의 낙차 큰 체인지업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체인지업에 ‘계보’가 따로 있었다. LG에서 뛰고 있는 경헌호가 전수자라면 시작은 메이저리거 박찬호다.
서재응은 학창 시절부터 동기생 김선우(두산), 경헌호와 절친한 사이였다. 당시 경헌호는 아마에서 보기 드물게 체인지업을 잘 던진다고 정평이 났던 터. 호기심에 찬 서재응은 경헌호에게 체인지업 던지는 법을 물었다. “그 때는 서클 체인지업이 뭔지도 몰랐죠. 그냥 신기해서 가르쳐달라고 졸랐는데, 의외로 처음부터 아주 쉽게 잘 들어가더라고요.”
생전 처음 던져보는 구질이었는데도 마치 몸에 딱 맞는 옷처럼 손에 익었다는 얘기. 그래서 경헌호에게 물었다. “도대체 이걸 누구한테 배웠냐.” 경헌호는 씩 웃더니 “미국에 있는 한양대 선배 찬호 형이 가르쳐주고 갔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원조’는 그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서재응은 박찬호와 국가대표로 여러 차례 만났다. 한국이 4강 신화를 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그랬다. 이 때 박찬호가 서재응에게 “너 체인지업을 어떻게 던지냐”고 묻더란다. 서재응이 제대로 배우긴 배운 모양이다.
광주=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