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브래드토마스“한국마운드첫용병구원왕노린다”

입력 2008-07-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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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투수라고 하는 것들은 가격 변동이 심한 주식과 같아 재산이 될 때를 조심스럽게 봐두었다가 이익이 남는 순간 재빨리 팔아버려야 합니다.” 마이클 루이스의 명저 <머니볼>에 인용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단장 빌리 빈의 구원투수에 관한 지론이다. 실제 ‘세이브(save)란 단어는 이를 달성한 선수를 대단히 중요한 사람처럼 느끼게 만드는 뉘앙스를 지니지만 9회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판하는 세이브 요건이 그 외의 다른 투수들이 겪는 수많은 상황과 비교할 때 딱히 위험하다고 볼 이유는 없다’는 것이 머니볼의 기본적 시각이다. 빈 단장은 이 노선에 입각해 평균보다 약간 더 우수한 투수를 하나 선택해 마무리 보직을 맡겨 세이브 성적을 얻게 한 뒤, 시장에서 비싼 값에 팔아치우는 짭짤한 차익 거래를 실현했다. 그러나 정작 오클랜드는 월드시리즈에서 한 차례도 우승하지 못하는 등 단기전에서 약세를 면치 못했다. 또 휴스턴 스트릿이란 붙박이 마무리를 마이너리그에서 발굴하기 전까지 불펜 방화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아울러 이 논리라면 양키스 마리아노 리베라 같은 마무리의 가치를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스몰볼을 중시하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 야구는 선발→마무리가 아닌 마무리→선발 순서로 마운드를 구성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신의 후지카와 규지, 주니치의 이와세 히토키, 삼성의 오승환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심지어 한국에서 가장 스케일 큰 야구를 구사하는 한화의 김인식 감독도 마무리 중시론자에 속한다. 그렇기에 김 감독의 스타일을 ‘퓨전야구’라 칭하는 것이다. 이런 김 감독이 2008시즌을 앞두고 구대성 없이 시즌을 출발하게 됐다. 이 상황에서 김 감독이 펼친 히든카드는 호주 출신 좌완 용병 브래드 토마스(31)였다. ○외인 첫 세이브왕을 향해 토마스 인터뷰는 7월 12일 대전 히어로즈전에 앞서 진행됐다. 토마스는 전날까지 사흘 연속 세이브에 성공하고 있었다. 원칙대로라면 무조건 휴식이지만 이상군 투수코치는 “토마스가 세이브 상황이 오면 한 타자 정도는 던지겠다고 했다”라고 들려줬다. 세이브에 걸린 옵션이 아쉬워서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등판에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당시 3일 연속 세이브에 힘입어 토마스는 구원 1위로 올라섰다. 21일까지 토마스는 23세이브로 삼성 오승환과 공동 1위다. 타이론 우즈나 다니엘 리오스처럼 용병이 MVP와 다승, 홈런왕을 차지한 전례는 있지만 세이브왕은 아직 없었다. ○토마스를 변화시킨 3가지 모멘텀 5월 5일까지 토마스의 세이브는 15번 등판 중 고작 3개였다. 공만 빠르지 컨트롤은 엉망인 이미지였다. 토마스의 블론세이브에 휘청거린 한화는 창단 첫 개막 5연패란 수모를 당했다. 구대성의 장기 이탈로 대안이 없었던 탓도 있었지만 그 어떤 험담이나 퇴출 시사 발언도 없이 토마스는 마무리로 계속 중용됐다. 그리고 김 감독 표현을 빌리면 토마스는 “어영부영 하다보니 세이브 1위까지 됐다.” 그렇지만 단지 어쩌다 된 요행이었을까. 이 코치에 따르면 토마스는 추운 것이 아주 질색이다. 실제 토마스도 “시즌 초반에는 한국의 환경과 기후에 적응이 덜 됐다”고 고백했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한화가 이를 변명으로 치부하지 않고, 내색 않고 기다려준 점이다. 토마스는 “한화 팀 분위기는 이제껏 겪은 팀 중 환상적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감독인 김 감독은 가장 좋으신 분이다. 경기 운영능력과 팀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능력에서 최고다”라고 잊지 않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또 하나, 김 감독은 토마스의 공격적 투구 패턴을 살리기 위해 ‘전담포수’로 루키 이희근을 낙점했는데 이것이 적중했다. 더불어 토마스는 “5월 6일 롯데전에서 3타자를 전부 삼진처리하고 세이브를 성공시킨 뒤 자신감을 얻었다”고 회고했다. 토마스는 SK(6월 29일)와 15회 연장전을 벌일 때 3.1이닝까지 던져 선발 가능성도 보여줬다. 토마스의 영입 협상을 담당한 이인영 통역은 “토마스가 선발과 마무리 전부 할 수 있다는 동의 하에서 계약을 했다”고 들려줬다. ○최대 라이벌은 한기주 토마스는 “풀타임 마무리는 한화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처음엔 선발을 선호했지만 한화가 마무리 역할을 원했다. 일본 니혼햄에서 2년간 구원 대기로 준비한 경험이 있기에 연투는 익숙하다. 지금 선발 생각은 없다”란 말로 한국형 마무리로서 만족감을 비쳤다. 이런 토마스가 동경하는 메이저리그 마무리는 보스턴의 조너선 파펠본과 미네소타의 조 네이던. “파펠본처럼 던지고 싶고, 네이던은 함께 미네소타에서 뛰어서 친분이 있다”는 이유였다. 한편 그가 꼽은 한국 라이벌은 의외로 KIA 한기주였다. “지금 당장 메이저리그에 가도 통할 투수다. 완급조절 능력과 브레이킹 볼을 보완하면 더 나은 선수가 될 것이다. 세이브 숫자는 많지 않아도 가장 인상적”이라고 그는 평했다. 대전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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