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앞못보는KBO,앞만보는구단

입력 2008-11-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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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할 대표팀 구성 문제를 논의한 10일 단장회의 직후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하일성 사무총장은 스포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8개 구단이 대표선수 선발에 조건 없이 협조한다고 했다”고 밝힌 뒤 “현역 코치의 (대표팀 코칭스태프) 차출에 대해서도 100% 협조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KBO가 돌린 보도자료에는 선수 선발에 대한 합의만 있을 뿐이었지 코칭스태프 인선과 관련된 문구는 어디에도 없었다. 참석자들의 전언을 종합해 재구성하면 이렇다. 모임 초반 A구단 단장이 “우리 감독은 안 된다. 대신 코치는 (대표팀에) 보내줄 수 있다”고 선수를 쳤다고 한다. 나중에 B구단 단장은 이를 두고 “그래서(A구단 단장의 발언 때문에) 현역 코치의 차출을 합의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5일 KBO 기술위원회에서 만장일치 추대 형식으로 WBC 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되자 LG 김재박 감독, KIA 조범현 감독,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의 코칭스태프 합류를 요청하며 조건부 수락의사를 전했다. 지목된 감독들은 두산 김경문 감독과 SK 김성근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팀 형편과 개인 사정을 이유로 김인식 감독과 KBO의 요청을 거절했다. 해당 구단 수뇌부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 감독은 안 된다. 대신 코치는 보내줄 수 있다”는 A구단 단장의 발언이 나왔고, 다른 단장들도 암묵적으로 동의한 결과가 10일 단장회의의 전모다. 히어로즈와 삼성이 현금 30억원을 낀 트레이드를 단행한 14일 야구계는 또 벌집을 쑤셔놓은 듯 소란스러웠다. 올해 초 히어로즈의 창단 과정에서 ‘선수 트레이드시 사전승인’ 등 몇가지 안전판을 마련해놓았다던 KBO지만 이날 하일성 총장은 “KBO와 히어로즈 사이에 그런 구두 약속은 있었다. 당시 이사회에서도 공개했다”면서도 “오늘 아침에야 갑자기 통보 받아 나도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각 구단의 입장을 들어본 뒤 얘기하자”며 당황스런 반응을 보였다. 히어로즈와의 합의사항을 문서화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트레이드 승인 방식 역시 구체적으로 정해놓지 않았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히어로즈와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6개 구단은 펄쩍 뛰며 KBO에 ‘트레이드 승인 보류’를 공식 요청했다. 삼성은 삼성대로 “재정이 여의치 않은 히어로즈를 돕는 일이고, 결국 8개 구단 체제 유지에도 유익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그토록 대승적이고, 원칙을 중시하는 구단들이 왜 그동안 WBC 대표팀 구성 문제에 대해서는 ‘숲이 아니라 나무’만 봤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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