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페넌트레이스우승’말되나?

입력 2008-09-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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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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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아닌단장회의서역사적표현바꿔
21일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한 SK는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1년 전과 다른 기념문구가 적힌 트로피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페넌트레이스 1위’라고 적혀있었지만 이날 받은 트로피에는 ‘페넌트레이스 우승’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KBO는 지난해까지 ‘페넌트레이스 1위’라는 표현을 썼다. 일부에서 페넌트레이스 1위를 ‘페넌트레이스 우승’ ‘정규시즌 1위(또는 우승)’ ‘정규리그 1위(또는 우승)’ 등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는 엄연히 잘못된 표현이다. 그렇다면 KBO가 갑자기 ‘페넌트레이스 우승’이라고 적힌 트로피를 전달한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KBO 고위 관계자는 22일 “그동안 페넌트레이스 1위가 한국시리즈 우승에 가려 상대적으로 의미가 부각되지 못했다. 그래서 올 시즌에 앞서 각 구단 단장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 페넌트레이스 우승이라고 부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페넌트레이스 1위팀에 대해 포스트시즌 배당금의 25%를 우선 시상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었다. 페넌트레이스 1위의 중요성을 더 부각시키기 위함이라는 뜻에 딴죽을 걸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 뜻은 다른 방법으로 표출됐어야 옳다. 양대리그제인 일본이나 미국과 달리 단일리그제인 한국프로야구는 포스트시즌 우승팀을 ‘한국시리즈 우승팀’으로, 페넌트레이스 최고승률팀을 ‘페넌트레이스 1위’라고 부르는 게 맞다. 실제로 대회요강 ‘순위’에도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1위이고 준우승팀이 2위, 그 아래로는 페넌트레이스 승률 순으로 한다고 나와있다. 페넌트레이스와 포스트시즌은 별도가 아니라 연계돼 있다는 의미다. 올 초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행한 대회요강 어디에도 ‘페넌트레이스 우승’이라는 단어는 없다. ‘페넌트레이스 1위’라는 표현만 있을 뿐이다. 페넌트레이스 1위팀에 포스트시즌 배당금의 25%을 우선 시상한다는 바뀐 내용은 포함돼 있지만 단장회의 결과가 반영된 ‘페넌트레이스 우승’이라는 용어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더구나 KBO의 대회요강은 나라로 치면 실행법률과 같은 것이다. 대회요강을 바꿀 수 있는 건 각 구단 사장들로 구성된 이사회를 통해서다. 이사회 의결도 없이, 단장 회의 결과에 따라 역사적 의미가 담긴 표현이 마음대로 뒤집힌 셈이다. 게다가 ‘페넌트레이스 1위가 아닌 우승으로 표현하자’는 단장회의 결과는 공식적인 발표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안 했다기 보다는 빠뜨린 것 같다”는 한 관계자의 말은 그 만큼 역사의식이 결여돼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KBO는 단 한번 열리는 올 올스타전을 앞두고 우천 취소에 대비해 당연히 준비해야할 예비일을 편성하지 않았다. 올림픽에 나설 국가대표팀 연습경기 일정 탓이었다. 다행히 비가 안 왔기 망정이지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올스타전이 열리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올해로 27년째를 맞는 한국야구는 그동안 양적, 질적으로 많이 성장했다. 이제 역사와 전통의 옷도 입을 때다. 그런 측면에서 여러 가지 아쉬움이 남는 ‘페넌트레이스 우승’이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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