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걸은 지 불과 3주만에 ‘야생마’ 모드…롯데 팬 환호 들은 황성빈 “이 맛에 야구하죠” [스토리 베이스볼]

입력 2023-06-0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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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황성빈. 스포츠동아DB

“너무 재미있습니다. 진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데….”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26)은 1루까지 미친 듯 달리고, 포구가 불가능할 듯해 보이는 타구여도 전력 질주해 쫓을 때면 ‘살아 있는’ 기분을 느끼는 유형의 선수다. 그런 그에게 지난 한 달은 답답함의 연속이었다. 4월 28일 사직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2루를 훔치려다 발목 인대를 다친 그의 손에는 방망이나 글러브, 또는 주루 장갑이 아닌 목발이 들려 있었고, 재활 기간 동안에는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만 할 뿐이었다.

지난달 3일 일본 요코하마의 이지마 의료원으로 떠난 황성빈은 12일 동안 재활에 온힘을 쏟았다. 지난달 둘째 주 즈음에야 다시 걸을 수 있는 상태였어도 하루빨리 달리고 싶은 마음에 더욱 절실했다. “완전한 몸 상태로 복귀시키기 위해 재활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던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의 바람대로 그는 재활 단계를 착실히 밟았다. 당시 롯데 트레이닝파트에 따르면, 재활에 전념한 덕분에 회복세도 좋은 수준에 이르렀고, 다시 걷기 시작한 지 불과 3주 만에 1군 엔트리에도 복귀할 수 있었다.

30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 등록된 황성빈은 복귀 하루 전날 친한 동료인 안권수의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이제 액땜은 끝났으니 다시 달려보겠다”며 “내일 경기에 뛰게 된다면 응원가를 크게 불러주시면 좋겠다. 너무 듣고 싶었다. 야구장이 떠나갈 정도로 크게 불러주십쇼”라며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스포츠동아DB



방송하는 동안에도 손에서 방망이를 놓지 않았던 황성빈은 복귀 당일 선발출장해 첫 타석에서 이민호를 상대로 13구의 끈질긴 승부를 펼치더니, 이튿날에는 박동원의 좌중간을 가를 듯한 까다로운 타구를 전력 질주한 뒤 몸을 날려 낚아채는 호수비까지 선보였다. 이번 시리즈에는 또 첫날부터 연 이틀 2만여 관중이 입장하면서 열기가 한껏 달아올랐는데, 이 역시도 그에게 힘을 실어준 요소였다. 그는 “타구를 잡고 나니 우리 팬 분들이 응원가를 정말 크게 불러주시지 않았나. ‘이 맛에 야구하는구나’ 싶더라”며 웃었다.

불과 3주 전에는 그리기만 하던 순간을 다시 누리니 감회도 새로웠다. 황성빈은 “이렇게 다시 뛰니 너무 재미있다. 정말 재미있습니다.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데…. 다치고는 계속 상상만 하던 일들이었다”며 “돌아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 듯하다. 이제 갓 복귀했지만, 타석에서든 어디서든 좀더 집중력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올 시즌에는 헤어스타일도 바꿔보고 싶어서 머리를 기르는 중인데, 기르고 난 뒤 다쳤으니 주위에선 징크스처럼 여겼는지 자꾸만 ‘자르라’고 하지만, 내겐 지난 일이다. 이제 액땜은 끝났다”고 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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