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 땅바닥에 있다. 다시 정상에서 빛을 보기 위해 준비 중이다. 자신 있다.”
요미우리 이승엽(33·요미우리)이 올 시즌 부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승엽은 3일, 미야자키 스프링캠프 사흘째 훈련을 마친 후 “(41홈런을 쳤던) 2006년 이맘 때보다 느낌이 더 좋다”면서 “마음 속으로 새긴 목표를 향해 가겠다. 자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생애 최악의 부진으로 일본 언론의 관심이 뚝 떨어진 것에 대해 “예전에 잘 했을 때는 한편으로 귀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뭐랄까 ‘이것이 프로구나’ 라는 걸 실감하고 있다”면서 “다시 정상에서 빛을 볼 것이다”고 말했다. 부진에 따른 위상 추락 등에 대해 “야구를 하면서 이런 기억이 없다”고 단호한 표정을 짓기도 한 그는 “올해 만큼은 내가 하고 싶은대로, 내 생각대로 하겠다”며 몸쪽 위협구에도 얌전히 있었던 예전 모습에서 탈피,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또 한번 되풀이했다.
“건방지게 들릴지 모르지만…”이라고 말하면서 “나 때문에 (한국 기자들도) 바쁘실 것”이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마음 속으로 새긴 목표’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자 “그건 말하지 않겠다”고 정중히 양해를 구한 이승엽은 “잘 될 것으로 믿고 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올해를 포함해 요미우리와 2년 계약이 남아있는 그는 “선동열 선배처럼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싶다”면서 만약 2년 후 한국에서 뛸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 경우는 여기서 실패해 가는 것 아니냐. 만약 그렇다면 야구를 그만 두겠다”며 굳은 각오를 내비쳤다.
비 때문에 선마린스타디움이 아닌 실내연습장 고노하나돔에서 연습을 소화한 이승엽은 “보호대가 들어가 있는 장갑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라며 지난해에는 볼을 던질 때도 고통이 있었던 왼손 엄지 상태가 현재 완벽함을 또 한번 강조했다. 5일 첫 휴식일을 앞둔 그는 “캠프 막바지에 가서 풀스윙을 할 수 있도록 점차 페이스를 끌어 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승엽은 이날 훈련에서 일본 야구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재일동포 2세 가네다 마사이치(金田正一·한국명 김정일)와 잠시 만나 대화를 나눴다. 요미우리에 몸 담기도 했던 가네다는 올해 77세로 1950년 고쿠데쓰 스왈로스(야쿠르트 전신)에 입단, 이듬해부터 14년 연속 20승 이상을 기록해 일본 개인통산 최다승인 400승을 기록했던 ‘살아있는 전설’이다. 가네다는 이승엽의 왼쪽 무릎과 엄지 등 수술을 받았던 부분의 상태에 대해 물은 뒤 “하체를 더 이용해라.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고 돈도 더 많이 벌어라”라고 말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미야자키(일본)|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