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아리부상딛고선발출장13득점·6AS·3스틸…“장기전몰고가면우리가유리”
내일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4차전 재격돌
서울삼성 이상민(36)은 21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원주동부와의 챔피언 결정 3차전에 모처럼 선발출전했다. 이상민이 스타팅 멤버로 기용되는 것은 정규리그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 그러나 삼성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1차전 1쿼터에서 12-26으로 크게 밀렸고, 2차전에서도 1쿼터부터 20-27으로 리드를 내줬다. 시리즈 2연패로 수세에 몰린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안준호 삼성 감독은 결국 강수를 두기로 했다. “이상민을 선발로 내세워서 초반부터 경기를 짜임새 있게 운영하겠다”는 복안. 이상민의 체력을 걱정하는 지적에도 “내일을 대비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최선의 선택이 됐다.
삼성은 1쿼터에서 챔프전 세 경기 가운데 가장 적게 실점(20점)했다. 경기 후 안 감독은 “이상민이 경기 조율을 확실히 해준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연속 4득점으로 포문을 연 이상민은 빅터 토마스에게 연이어 그림같은 어시스트 두개를 연결하며 초반 상승세에 불을 붙였다. 적재적소에 13점을 꽂아 넣었고, 천금같은 어시스트 6개와 귀중한 가로채기 3개를 보탰다. 경기 내내 보이지 않는 이상민의 영향력이 코트 위를 감쌌다. 삼성은 결국 3차전을 88-87로 승리했다.
이상민은 전주KCC와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종아리 타박상을 입었다. 걸을 때마다 통증이 느껴지고, 경기가 없는 날이면 훈련 대신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나이도, 부상도 잊었다. 풀타임에 가까운 35분16초를 펄펄 날았다. 그는 “감독님이 원하시고 팀에서 필요로 하니 초반부터 나가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밝혔고, 안 감독은 “이상민이 역시 최고의 플레이어다운 활약을 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상민은 경기 직후 좀처럼 웃지 않았다. “1차전에서 너무 좋지 않은 경기를 했고, 2차전에서도 아쉽게 졌다. 3차전마저 지면 분위기가 많이 떨어질 것 같아서 경기 전부터 ‘끝이라고 생각하자’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그 각오가 아직까지 가시지 않은 듯했다. 그는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뛴 게 승인인 것 같다. 이겨서 기쁘다”면서도 “4차전을 잘 끝내서 장기전으로 간다면 오히려 우리가 유리할 것 같다. 꼭 잡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다음 경기를 내다봤다.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체력에 대해서도 이상민은 “괜찮다”고 거듭 강조했다. 승리 덕분에 피로까지 잊은 모양이다. 그는 “아무리 큰 경기라도 너무 힘들면 무리해서 뛰지 않는다. 하지만 괜찮았다. 그래서 끝까지 뛰었다”고 했다.
동부에 김주성이 있다면 삼성에는 이상민이 있다. 이상민은 1997-1998시즌 챔프전에서 먼저 2연패한 현대를 우승으로 이끈 주인공이다. 안 감독이 “남은 경기에서도 이상민에게 책임과 의무를 줄 생각”이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승장(안준호 삼성 감독)=4 쿼터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구상이 맞아떨어졌다. 동부의 높이를 의식하지 않고 레더와 토마스에게 적극적인 포스트 플레이를 주문했는데 잘 통한 것 같다. 역시 이상민이 최고의 플레이어답게 경기 조율을 완벽하게 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귀중한 1승을 건지면서 분위기가 많이 우리쪽으로 왔다.
○패장(전창진 동부 감독)= 레더에게 득점을 너무 많이 허용한 게 아쉽다.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너무 덤볐던 것 같다. 2쿼터에 이미 8점을 벌어놓고 이후 수비까지 잘 됐는데도 평소와 다른 플레이를 안 하고 너무 성급했던 게 막바지까지 영향을 미쳤다. 정신적인 면에서 뒤진 게 아닌가 싶다. 특히 막판에 파울 자유투를 연달아 못넣은 게 이런 단기전에서는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잠실=배영은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