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승균 전 전주 KCC 감독. 스포츠동아DB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옛말처럼 추 전 감독은 해설위원으로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현장에 돌아온 지금이 즐겁다. 그는 “처음 해설에 나선 경기(1일 서울 삼성-창원 LG전) 때 나름 오프닝 코멘트를 길게 준비했는데, 30초 안에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모른다. 몇 경기를 하면서 지금은 그나마 여유가 생겼다”며 웃었다.
2019년부터 경기도 용인 죽전에서 ‘추승균 엘리트 바스켓볼 아카데미’를 열어 초·중·고 엘리트선수들의 성장을 돕고 있는 그는 현장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두 눈에 자세히 담고 있다. 추 전 감독은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과정의 중요성을 더 느끼게 됐다. 평소 스텝이나 자신의 밸런스를 찾는 연습을 전혀 안한 선수가 갑자기 경기 때 그걸 할 수는 없다. 한순간에 기량이 발전할 순 없다. 개인훈련을 하고 공을 들여야 경기 경험을 쌓으면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KCC에서 감독을 할 때 송교창이 그랬다. 운동 그만하라고 말릴 정도로 개인운동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거기에 출전시간을 주니까 성장세가 눈에 보일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남자프로농구에선 국내선수들의 공격 비중에 눈에 띄게 높아지면서 농구팬들에게 보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추 전 감독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국내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좋아졌다. 양홍석(부산 KT), 이대성(고양 오리온)은 노력을 정말 많이 한다고 들었다. 그 흔적이 경기 때 다 보인다. 개인운동에 공을 들인 과정이 있기 때문에 경기력이 좋아진 것이다. 특히 양홍석은 자신감이 엄청나더라. 그 자신감이 어디서 왔겠는가. 노력을 해온 과정을 믿는 것이다”며 후배들을 칭찬했다.
추 전 감독은 “얼마 전 오리온 경기를 중계하다가 ‘이종현 선수 운동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트레이드되면서 뛸 기회가 생기지 않았나. 그런데 플레이만 봐도 평소 노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큰 부상이 있었지만, 여전히 좋은 재능이 있다. 아직 성장의 여지가 있는 지금 더 노력해야 한다”며 충고도 잊지 않았다.
추 전 감독은 “올 시즌 프로농구는 최근 몇 년간을 통틀어 가장 재미있는 것 같다. 잘하는 후배들도 많다. 팬들도 질타하기보다는 성장하는 후배들을 보면서 농구의 즐거움을 느끼셨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