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골프다이어리]―는+‘내삶의비타민’

입력 2008-03-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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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주말은 그렇듯, 올드미스 L양 오늘도 어김없이 방콕투어 중이다. 도대체 멀쩡한 사내들은 다 어딜 간 거야? 키가 모자라거나, 아님 머리숱이 부족한가, 그것도 아니면 돈이 없는 거야. 넘치는 거라고는 나이 밖에 없구나. 아! 이 모자람의 슬픔이여. “야, 괜찮은 것들은 벌써 다 채갔지. 모자란 애들만 남았는데 별 수 있냐.” 엄마한테 짜증부리다 본전도 못 찾고 졸지에 인생 낙오자가 된 기분으로 닭장(?)을 찾았다. 깡∼ 깡∼,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소리다. 낙오자면 어때. 내가 행복하면 그게 파라다이스 아니겠어. 간만에 스트레스 좀 날려 볼까하는 마음으로 백 속에 든 장갑을 찾다 오래전 스코어카드를 발견했다. 앞장, 뒷장에 하나씩 눈에 띄는 하트들. 버디를 할 때마다 캐디들이 예쁘게 하트를 그려준 것이다(어떤 골프장은 하트 모양 스티커를 붙여주기도 한다). 그 속에 쓰인 -1, 나를 즐겁게 만들어주는 삶의 비타민이다. 아! 저런 사랑스런 숫자를 봤나. 난 하트만 보면 웃음이 난다. 하트가 너무 좋다. 왜냐고? 하트엔 따라오는 것이 많으니까. ㅋㅋ 첫째, 돈이 따라온다. 그 날의 판에 따라 금액 차이도 엄청 나다. 둘째, 가무도 따라온다. 즉석에서 캐디들이 작사한 버디 송과 앙증맞은 춤사위는 기분을 두 배로 업 시켜준다. 셋째, 하트 속 마이너스 숫자가 커지면(-2 같은) 간혹 기념패도 따라온다. 그러다 아주 커지면, 내 이름을 새긴 나무도 심어준단다. 생각만 해도 설레고 가슴 벅차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마이너스인가. 사람들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모으고 쌓고 늘리는 것에 연연한다. 더해지고 보태져서 커지는 것들을 좋아한다. 1+1행사, 파워플러스세일, 더블 찬스에 더블데이트까지 보태지는 것들에 대한 찬사들이다. 그런데 골프에선 반대다. 더블, 더블더블, 이런 거 아주 싫어한다. 혈압 오르기 딱 좋은 단어들이다. 마이너스, 한참 모자라는 마이너스면 더 좋다. 모자라는 것마다 하트를 그려주니 그 하트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어느 날 여기저기 스코어카드에 그려진 붉은 하트를 보게 될 그날을 위해. 난 오늘도 마이스너스가 좋다고 외친다. 얼마나 사랑이 그리웠으면 ‘하트 하나에 눈이 멀었느냐’고 말하겠지만 하트가 좋은 걸 어떡하란 말인가. 하트의 그 맛을 알지도 못하면서, 하트의 맛을 알아? 사랑을 알아? 박 희 방송 PD출신으로 산책과 요가를 즐기고 언제나 굿샷을 날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영원한 골프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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