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볼빅공’으로 우승땐 1억 준다는데…

입력 2009-10-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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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빅.스포츠동아DB

오늘 열리는 KB스타투어 대회 적용…선수 “골프볼은 민감한 장비” 시큰둥
국산볼을 사용해 우승하면 보너스 1억 원!

한 국산 골프볼 제조업체가 자사 골프볼을 사용해 프로 대회에서 우승하면 보너스 상금 1억 원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볼빅은 22일부터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 하늘코스에서 열리는 KLPGA 투어 KB 국민은행 스타투어 그랜드 파이널 대회에서 자사의 골프볼을 사용해 우승한 선수에게 최고 1억 원의 보너스 상금을 주겠다고 했다. 10위 이내에 들면 500만원을 주고, 예선만 통과해도 100만원을 준다. 대회 기간 동안 볼빅 공을 사용한 선수 전원에게는 50만원의 특별지원금을 준다.

볼빅이 이같은 약속을 한 이유는 국산 골프볼의 우수한 성능을 알리고, 외국산 제품에 빼앗긴 시장을 되찾기 위해서다. 절박한 심정이 엿보인다.

볼빅은 한때 시장 점유율 9%까지 다 달했던 유망업체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외국 메이저 브랜드들의 진출이 시작되면서 감소폭이 커져 5% 미만으로 떨어졌다. 현 추세라면 머지않아 국내 골프볼 시장을 외국산 제품에 잠식당할 위기다.

국산 골프볼의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이다. 테일러메이드에서 내년 출시 예정인 5피스 골프볼 펜타5에는 낫소, 금호 등 국내의 기술이 사용돼 제작됐다. 완제품도 충북 청주의 골프볼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이 볼은 세르히오 가르시아, 레티프 구센, 양용은 등이 사용 중이다.

그러나 외국 제품에 비해 낮은 브랜드 인지도가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투어에서 활동 중인 프로 가운데 국산 골프볼을 사용하는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아마추어도 다르지 않다. 초보시절에만 저렴한 볼을 구입해 사용하다가 어느 정도 실력이 향상되면 고급 제품을 선호한다.

심지어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도 외국 제품이 지원되고 있는 현실이다.

세계 최대의 골프볼 판매회사인 T사는 국내에서 골프볼 판매로만 4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전체 시장의 50% 이상이다.

그러나 볼빅의 화끈한 상금 약속에도 선수들의 반응은 생각처럼 뜨겁지 않다. 구옥희를 비롯해 사용할 뜻을 밝혀온 선수는 8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3명은 연습라운드 때 사용해보고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반응이 미온적인 이유는 골프볼이 가장 민감한 장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성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선뜻 바꾸는 것을 꺼리고 있다. 또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미 용품 등의 사용 계약을 맺어 시즌 중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볼빅 전진희 과장은 “처음 진행하기 때문에 반응은 크지 않다. 외국 제품에 밀려 국산 골프볼의 인지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여서 이 같은 행사를 지속적으로 펼쳐나가 인지도를 높여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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