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멀리건]골프서나이는숫자일뿐…집중력이문제

입력 2009-10-1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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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체격조건, 나이에 크게 영향을 받는 종목은 아니다.

164cm의 이언 우스남(웨일스)은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지난 91년 메이저대회 마스터 우승을 차지했다. 메이저대회 역대 우승자 가운데 최단신이다. 한국계 앤서니 김도 요즘 선수들과 비교하면 큰 키(178cm)는 아니다. 그럼에도 PGA 투어에서 알아주는 장타자다.

나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50세 이상의 시니어들이 프로무대에서 활동하는 종목은 골프뿐이다.

다른 종목은 나이가 들면 일단 체력에서 밀려 경쟁이 안 된다. 그래서 “골프는 스포츠가 아니다”고 사람들은 단언한다.

“다리미질 한 바지를 입고 경기 도중 담배를 피우면서 플레이하는 게 무슨 스포츠냐”며 목청을 높이는 부류들도 있다. 스페인의 미구엘 앙헬 히메네스는 골초로 유명하다. 요즘은 PGA 투어 규정으로 라운드 도중 금연을 만들어 히메네스의 담배 피우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US오픈과 마스터스 우승자 아르헨티나의 앙헬 카브레라도 골초다.

골프는 스포츠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극단파들도 있지만 ‘골프 황제’타이거 우즈를 보면 골프는 분명 스포츠다.

중압감을 받는 심리적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우승을 낚아채는 클러치 퍼트는 홈런왕 행크 애런마저 “우즈는 스포츠 선수로서 최고의 클러치 플레이어”라고 평가했다.

우즈의 상대를 압도하고 주눅 들게 하는 플레이는 스포츠로서도 최상의 단계다.

골프는 종목의 특수성 때문에 나이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선수로서 평균 수명이 가장 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역 생활을 연장할 수는 있어도 우승이라는 목표를 놓고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제는 전설급에 든 골퍼 톰 왓슨 경우에서 잘 드러난다.

왓슨은 PGA 투어 통산 39승에 메이저 타이틀만 8번이나 차지했다. PGA 챔피언십에서 2위에 그쳐 그랜드슬램을 작성하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60세의 왓슨은 올해 메이저 대회에서 두 차례나 통한의 준우승에 머물렀다.

7월의 브리티시오픈 대회와 지난 5일(한국시간) 메릴랜드 볼티모어에서 끝난 시니어 PGA 챔피언십이다.

브리티시오픈에서는 71홀까지 선두를 달렸다. 최종 홀에서 파만 기록하면 메이저 대회 사상 최고령 우승자가 될 뻔 했으나 어프로치 샷이 길어 보기로 끝났다. 결국 연장전에서 스튜어트 싱크에게 져 ‘클라렛 저그’를 넘겨줬다.

시니어 PGA 챔피언십에서는 3라운드까지 2위에 4타 차로 앞섰다가 최종 라운드에서 6언더파를 몰아친 제이 하스에게 우승을 빼앗겼다. 최종일 이븐파에 그쳐 1타 차로 패했다.

역대 시니어 메이저 대회도 60세의 고령자가 우승을 차지한 적은 없다. 하스도 왓슨보다 5살 어리다.

왓슨은 명문 스탠포드 대학에서 심리학 학위를 받은 골퍼다. 6차례나 올해의 PGA 선수상을 수상한 왓슨이 기량에서 싱크나 하스에게 뒤진 것은 아니다. 나이에 따른 한계 즉 집중력에서 처졌던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우승을 하려면 집중력 저하라는 장애물을 극복해야한다.

LA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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