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했는데”…김호감독-사장동반사퇴

입력 2009-06-23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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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구단이사회결정‘파국’
대전 시티즌이 결국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대전 구단 이사회는 22일 오전 이사 7명 중 6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이사회를 열고 김호 감독과 송규수 사장의 동반사퇴를 의결했으며, 23일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송 사장은 이사회에 앞서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사회는 김 감독에게 ‘23일까지 자진사퇴 않으면 해임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한편, 왕선재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승격시키고 총 감독으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김 감독은 “25일 최종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위에선 김 감독과 송 사장에게 구단을 둘러싼 모든 오해와 불신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면서 ‘희생양’으로 모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 이사회의 행보는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민감한 사안인 ‘감독 및 사장 거취’를 12일 비공식 간담회에서 논의한 뒤 15일 송 사장을 통해 김 감독에게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사퇴를 권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의결사안이 아니고, 의견을 전달한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이 팀을 2007년 6강에 진입시켰고, 대전시의 명예시민이 된 것을 감안하면 이사회가 내세운 ‘성적 부진’을 직접적 원인으로 보기엔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김 감독과 송 사장의 사퇴 종용은 구단 내 잡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전의 모습은 마찰의 연속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 계약 등으로 구단과 갈등을 빚었고, 구단도 작년 말 직원의 유소년 발전기금 유용과 올 초 실시된 일본 전지훈련 예산의 불투명한 집행으로 구설에 올랐다. ‘권한만 있고, 책임이 없는’ 이사회 또한 근본적인 사태 해결 의지는 보이지 않은 채 감독과 사장의 사퇴로 무마하려고 해 비난을 받고 있다. 막무가내로 감독과 사장만을 경질하는 섣부른 결정은 재고되어야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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