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하인드] “전북에 변화가 필요해” 먼저 이별 요청한 페트레스쿠, 루마니아 영웅의 마지막은 당당했다!

입력 2024-04-0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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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전북 현대

가시밭길을 걸어왔지만 ‘루마니아 레전드’의 마지막은 ‘쿨’하고 당당했다.

단 페트레스쿠 감독(57)이 전북 현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스포츠동아 4월 5일 단독보도>. 전북은 6일 “페트레스쿠 감독이 부진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팀의 미래를 위해 물러났다”고 발표했다. 경질이 아닌 자진사퇴다.

3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5라운드 원정경기(0-2 패)가 지난해 6월 부임한 페트레스쿠 감독의 고별전으로, K리그에 승강제가 도입된 뒤 시즌 개막 후 가장 적은 경기만 이끌고 떠나는 불명예를 안았다. 종전 기록은 2019시즌 개막 7경기 만에 물러난 욘 안데르센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다.

어느 정도 예견됐다. 지난해 후반기 지휘봉을 잡아 K리그1 4위에 그쳤고, 코리아컵(FA컵)마저 준우승에 머물렀다. 전북의 ‘무관’ 시즌은 10년만이었는데, 올해도 초반부터 상황이 꼬였다. 울산 HD에 밀려 2023~20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행에 실패했고, K리그1에선 개막 5경기 연속 무승(3무2패)이었다.

8경기 동안 승리를 신고하지 못한 페트레스쿠 감독과 결별은 예고된 수순이었으나, 구단 입장에선 고민이 적지 않았다. 특히 구단이 경질을 통보하면 잔여연봉, 위약금 등 금전적 부담이 커진다.

페트레스쿠 감독이 결단했다. 제주 원정을 마친 뒤 식사까지 거르며 고민한 그는 팀의 클럽하우스로 복귀한 4일 회복훈련에 앞서 이도현 단장에게 미팅을 요청했다. 1시간 가량의 대화에서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 “팀에 변화가 필요하다. 내가 떠나는 것이 맞다”는 게 요지였다. 선수들에게는 라커룸 미팅에서 “너희들은 힘들어하지 않아도 된다. 정말 잘 싸워줬다”며 이별을 암시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과정은 빠르게 진행됐다. 페트레스쿠 감독은 5일 오전 팀 훈련을 마친 뒤 이 단장을 다시 만나 결별에 합의했다. 선수들은 여기서 처음 감독의 입장을 접했다. 신변정리가 끝나지 않아 아직 클럽하우스에서 머무는 페트레스쿠 감독은 마지막까지 팀을 배려했다. 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강원FC와 6라운드 홈경기 참여는 코칭스태프를 위해 마다했고, 선수들과 우연한 접촉조차 최소화하기 위해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심신이 몹시 지치고 위축돼 있을 때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린 페트레스쿠 감독의 마지막은 결코 초라하지 않았다.

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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