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무시 당해보니 오기가 생겼다”

입력 2013-08-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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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 김하늘. 사진제공|KLPGA

골퍼 김하늘. 사진제공|KLPGA

■ 부진 씻고 화려한 부활샷 김하늘

2년 연속 상금왕서 올시즌 끝모를 추락
호흡 잘 맞는 새 코치 만나 슬럼프 탈출
하반기 첫대회서 10개월만에 우승 감격
LPGA 투어 진출 목표 향해 다시 매진


“히히히, 헤헤헤.” 김하늘(25·KT)이 웃음을 되찾았다. 더 크고 유쾌한 게 듣는 사람까지 덩달아 웃게 만드는 묘한 매력까지 더해졌다.

이제는 다시 웃음을 잃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도 않겠다고 했다.

25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MBN-김영주골프 여자오픈은 김하늘의 모든 것을 정상으로 돌려놨다. 설움을 씻어내기라도 하듯 23언더파라는 신기록까지 작성하며 우승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렸다.

우승 뒤 사흘 만에 다시 만난 김하늘은 아직도 여기저기서 우승 축하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 우승 축하 문자만 200통



“류중일 감독님, 김민재 코치, 멀리 메이저리그 LA다저스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 선수까지. 우승 하고 난 뒤 200여 통이 넘는 축하 문자를 받았다. 첫 우승 다음으로 가장 많은 축하를 받은 것 같다.”

김하늘의 우승은 그만큼 관심사였다. 우승을 처음 한 것도 아닌데 난리가 난 듯 축하문자가 쏟아졌던 건 긴 부진의 터널을 지나 무려 10개월 만에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김하늘은 “속이 다 후련하다”는 말로 고됐던 지난 5개월을 정리했다.

부활까지 꼬박 다섯 달이 걸렸다. 처음엔 “별 것 아냐. 곧 우승하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침묵의 시간은 예상보다 길었다.

그 사이 참 많은 일이 일어났다. 늘 관심의 중심에 서 있던 김하늘이 어느 순간 관심의 밖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4번 타자만 해왔던 그가 9번 아니 대타까지 밀려났으니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다.

김하늘은 “한번은 경기 전 다른 선수들을 인터뷰하고 나에겐 인터뷰 제안도 없이 그냥 지나치는 일이 있었다. 아무리 성적이 부진해도 그런 일을 겪다보니 오기가 생겼다”라고 되새겼다.

견디기 힘들었다. 창피하고 속이 상해 눈물로 밤을 새운 날도 있었다. 빨리 부진에서 벗어나고 싶어 독하게 연습한 적도 많았다. 그럴수록 엇박자가 났다.

시간이 약이었다. ‘올 해 안으로 우승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했었지만 하반기가 시작되자마자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여왕의 귀환을 알렸다.

늦었지만 이 우승으로 더 단단해졌다. 김하늘은 “이제는 다 잊었다. 마음 편히 웃을 수 있게 됐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씁쓸했던 순간을 모두 털어냈다.


● 새 코치 만난 뒤 일이 ‘술술’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10개월 만의 우승은 닫혔던 마음을 열었고 여유도 갖게 했다.

우승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영화감상이다. 그동안 제대로 쉴 시간조차 없었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힐링이 됐다.

“최종라운드에 앞서 이미림과 경기 끝내고 함께 영화를 보러가자고 약속했다. 우승하고 나서 이민영, 김지현까지 가세해 심야영화를 봤다. 오랜만에 만끽하는 여유였다.”

여유는 한 번으로 끝났다. 일주일 후 투어가 재개되기에 다시 치열한 경쟁을 준비해야 한다.

김하늘은 클럽을 다시 꺼내 들었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시즌 두 번째 우승을 준비했다.

몇 가지 변화도 생겼다. 오래 전부터 가깝게 지내온 선배 김형성(33·하이스코)의 소개로 새로운 코치를 만나게 됐다. KPGA 투어에서 오랫동안 활약했던 김영수 프로다.

새 코치와는 호흡이 척척 맞는다. 김하늘이 부진에서 탈출해 8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데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주인공이다.

“부진의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김영수 코치를 소개받았다. 처음 만난 날 드라이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했다. 소리만 듣고서는 스윙에 비해 클럽의 스펙이 약한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곧장 드라이버를 바꿨다. 그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말썽이던 드라이버가 똑바로 날아가게 됐다.”

경기 전 늘 해오던 연습량도 줄였다. 연습을 덜 하는 대신 경기에 더 집중하는 방식으로 작은 변화를 줬다.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목표를 하나씩 이뤄나가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김하늘은 “1차 목표는 작년 10월 우승했던 러시앤캐시 채리티의 타이틀 방어다. 그 다음 미국 LPGA 투어인 하나-외환챔피언십에 나가 우승하는 게 목표다. 올해 미국 LPGA 투어 Q스쿨에 출전할 계획이었지만 내년으로 미뤘다. 하나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LPGA 투어로 직행할 수 있으니 기회를 노려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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